"죽어서 전설이 되지 말고 살아 천성산의 어미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읍시다."
지율 스님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종교계의 움직임이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2일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과 김수환 추기경이 지율 스님이 머무르고 있는 서울 서초동 정토회관을 방문했으며, 지난 달 27일부터 ‘지율스님을 위한 참회 발원 기도 정진’을 해온 조계종 총무원과 종교인들은‘지율 스님을 살리기 위한 범국민회의’를 제안했다.
법장 총무원장은 이날 오전 지율 스님을 만나 "종단 차원에서 천성산의 뭇 생명을 살리기 위한 스님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며 "단식을 원만하게 회향할 수 있길 바란다"고 염려와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에 대해 지율 스님은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을 통해 법장 총무원장에게 전달한 편지에서 조계종이 종단차원에서 자신의 뜻을 수용한데 감사하면서도 천성산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버릴 각오임을 내비쳤다. 이에 법장 총무원장은 담화문을 발표,"이 세상에 생명을 구하는 것보다 더 시급한 일은 없다"정부에 대해 천성산 관통터널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를 촉구했다.
김 추기경도 지율 스님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대신 법륜 스님에게 "단식을 중단하고 몸을 추스려서 천성산 문제해결에 나섰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한편 지율스님과 생명평화를 위한 종교인 참회기도 추진위원회와 지율스님과 자연환경을 위한 범불교연석회의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지율스님 살리기 범국민 회의’를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이들은 여러 사회, 종교단체들에 3일 오후2시 조계사에 모여 지율 스님을 살기기 위한 공동행동을 결의할 것을 촉구했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 정치권도 ‘지율 살리기’결의안/與野의원 91명 서명
열린우리당 김원웅, 한나라당 고진화, 민주노동당 조승수 의원, 민주당 손봉숙 의원 등 여야 의원 91명은 2일 ‘지율 스님 살리기와 천성산 환경영향평가 공동조사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 의원은 결의안에서 "정부는 지율 스님의 단식 해제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경부고속철도 사업의 지하수맥에 대한 영향과 지질 안정성 여부가 포함된 천성산의 환경영향평가를 즉각 재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결의안에는 우리당 18명, 한나라당 58명, 민주노동당 10명, 민주당 4명, 무소속 의원 1명이 서명했다. 국회 건교위는 3일 전체회의에서 결의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결의안을 처음 제안한 조승수 의원은 "오늘부터는 광화문 촛불집회에도 의원들이 참여하는 등 지율 스님을 살리기를 위한 정치권의 노력이 더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 의료진 대기… 경찰 "강제후송 안해"
3일로 단식 100일째를 맞는 지율 스님은 현재 혈압이 40-70mmHg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이며 소금조차 삼키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돼 간장을 탄 물을 마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율 스님을 보호하고 있는 정토회 측은 최악의 경우에도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병원 후송 등 강제적인 단식중단 조치는 취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2일 정토회 관계자는 "지율 스님의 요청에 따라 10명 이내 인원만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한 장례를 치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달 31일 이기묵 서울청장의 방문 당시 의료진과 동행해 스님의 건강진단을 제의했다가 거절 당한 바 있는 경찰은 의료진을 대기시켜 놓고 상황을 관망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미 인근 대학병원에 입원실을 마련해두는 등 준비를 마쳤다"며 "그러나 본인이나 정토회 측의 요청이 없을 경우, 강제 후송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2일에도 지율 스님을 찾는 각계의 발길이 이어지고있으나 정토회 측이 방문객들의 면회를 선별적으로 허용해 논란이 일었다. 정토회는 탤런트와 드라마작가 등 연예게 인사들의 면회는 허용하고도 천주교 평화연대 김재복 수사를 비롯 , 김수환 추기경과 오영교 행자부장관, 허준영 경찰청장 등의 면회 요구는 거절했다.
박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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