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50 헌장’이라는 책에 대해 말했다. 그 가운데 내가 무릎을 탁 치며 읽은 항목은 ‘친구의 부모님이나 자식들을 만나면 재빨리 지갑을 열자’였다. 내가 보기에 이 사람이야말로 고수중의 상고수다.
사실 이것은 나도 젊은 시절부터 실천해 왔던 항목이다. 친구 부모님이나 자식들을 만나지 않고 친구만 만나도 "야, 이걸로 어머니 뭐 좀 맛있는 거 사 드려라, 그리고 이거 니 아들 좀 갖다 줘라." 늘 이렇게 해왔다.
친구 놈한테는 돈 몇 십만 원 써도 광 안 난다. 그러나 친구 보모님과 친구 아이에게 내미는 용돈 몇 만원은 그 고마움이 마르고 닳도록 간다. 강릉에 계시는 내 친구 어머니는 지금도 내게 수시로 아가미젓 창란젓을 담아 주신다. 그래서 내 친구가 그걸 챙겨 보내며 이렇게 말한다. "야, 임마. 니 앞으로 우리 어머이한테 용돈 좀 주지 마라. 이젠 손에 힘도 없는 양반이 아가미를 뜯어 발리느라 고생이 여간 아니다."
또 친구 아이들에게 용돈 주면 친구 마누라가 아주 지극 정성이다. 인생의 고수들은 그것이 우리 삶을 여유롭고 훈훈하게 하는 ‘아름다운 보험’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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