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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인을 보내자-세계 우주개발의 현장] (6) 4개국 공동 바다 발사시설 탐방-美 캘리포니아주 롱비치 '씨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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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인을 보내자-세계 우주개발의 현장] (6) 4개국 공동 바다 발사시설 탐방-美 캘리포니아주 롱비치 '씨런치'

입력
2005.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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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9, 8, 7, 6, 5, 4, 3, 2, 1…발사!" 영화나 로켓 발사 장면 중계를 통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카운트다운의 마지막 모습이다. 10부터 시작해 발사 순간까지 숫자를 내리 세기 때문에 ‘카운트다운(count down·세어 내려가기)’이라는 명칭으로 불린다.

미국 우크라이나 러시아 노르웨이 등 4개국이 모여 만든 바다 발사장치 ‘씨런치(Sea Launch·바다 발사)’에서는 ‘카운트다운’과 ‘카운트업(count up·세어 올라가기)’이 공존한다. 발사 직전, 한 쪽에서 외치는 "10, 9, 8…발사!"와 다른 한쪽에서 들려오는 "51, 52, 53…59, 발사!"가 힘차게 뒤섞인다.

‘카운트다운’ 하는 쪽은 미국 팀, ‘카운트업’ 하는 측은 러시아 팀이다. 미국 중심의 서방 국가와는 달리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 국가들은 발사 5시간 전을 0으로 해 올라가며 숫자를 센다. 물론 언어도 제각각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 몰아친 거센 폭풍으로 바다에 험한 격랑이 일던 작년 12월 씨런치를 찾았다. 대형 유조선을 발사장치로 개조한 씨런치 정박 항구는 우주개발 분야의 성공적인 국제협력을 대표하는 현장이다. 이 다국적 기업은 적도에서 발사하는 상업적 정지궤도위성을 위해 각 나라가 앞서 있는 분야를 취합, 1995년 만들어졌다.

냉전이 지속되던 1980년대 중반 한 과학 관련 국제회의에서 러시아 우주연구소 ‘에네르기아’와 미국 항공사 ‘보잉’ 소속 인사들이 우연히 동석한 것이 설립 계기가 됐다. 두 회사는 각각 미국과 러시아의 우주항공기술을 대표하는 간판기업이기에 구체적 연구 내용에 대한 부주의한 언급은 치명적 정보 유출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만큼 두 회사의 협력 논의 자체가 긴장감을 유발하는 상황이었다.

이 중 한 과학자가 "바다에서 발사하는 장치가 있다면 비용을 절감할 수6 있지 않을까"라는 당시로서는 막연한 이야기를 꺼냈고,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시도해보자"고 결론지은 후 헤어졌다. 구 소련이 해체되고 냉전이 끝난 후 다시 만난 이들은 약 10년 동안 머리 속에 그려왔던 바다 발사의 꿈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보잉은 마케팅과 시스템을 담당하고 에네르기아는 로켓 관리와 탑재체의 운반 및 관리를 맡았다. 로켓제작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을 자랑하는 우크라이나의 우주 기기 설계회사 ‘유즈나’와 생산공장 ‘유즈마쉬’는 발사체 ‘제닛-3SL’의 설계와 제작을 담당했다. 독보적인 선박 제조기술을 보유한 노르웨이 선박회사 ‘아케르 크바르네르’도 발사에 쓰이는 두 대의 배를 만들기 위해 캘리포니아로 향했다.

99년 3월 시험발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씨런치에서 성공적으로 발사한 위성은 방송용 위성 디렉TV, 통신위성 ICO 등 총 15개에 달한다. 적도(서경 154도)에서 이뤄지는 발사를 위해 발사선 ‘오딧세이’와 명령선은 로켓과 위성을 싣고 약 2주 전 정박 항구를 떠난다. 배 두 대에 탑승할 수 있는 인원은 300명 남짓이다. 이 회사의 공식 언어는 영어와 러시아어. 만일의 착오에 따른 사고를 막기 위해 발사 때면 전문 통역사 10명이 동행한다.

씨런치 대외협력실장 폴라 콘씨는 "미 항7공우주국(NASA) 케네디센터에서 위성을 발사할 때 필요한 인원은 씨런치의 세 배인 1,000명이나 된다"며 "적도에서 발사함으로써 북위 27도에 위치한 케네디센터에 비해 약 6㎏의 연료가 절감되는 점도 씨런치의 효율성을 잘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발사할 때 연료가 적게 들면 그만큼 위성의 무게를 늘릴 수 있다. 실제로 씨런치는 지난해 5월 상업위성 사상 가장 무거운 방송용 위성 ‘디렉TV-7S(5,483㎏)’를 발사해 주목을 받았다.

롱비치=김신영기자 ddalgi@hk.co.kr

■ 미국측 발사 책임자 댄 덥스 박사

씨런치 설립 초기부터 활동해온 미국측 발사 책임자 댄 덥스 박사는 1980년대 초 미 항공우주국(NASA) 우주왕복선팀 등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우주 발사 전문가이다. "위성이 성공적으로 궤도에 오를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덥스 박사에게서 씨런치 생활에 대해 들어봤다.

-한 때 사이가 극히 나빴던 러시아 과학자들과 일하는 것이 힘들지 않나.

"미국과 러시아는 사실 수십 년간 전혀 대화를 하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냉전 시대 상대 진영에서 비밂밀리에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몹시 궁금했다. 그러나 씨런치 설립 후 몇 번의 기술회의를 거치면서 양측이 거의 비슷한 연구를 비슷한 수준으로 진행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비슷한 연구를 했다는 게 놀랍기도 하지만 허무하기도 했을 것 같다.

"서로 비밀을 캐내고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단독기술로 생각하고 열심히 했는데 결국 그게 그거였던 건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기술을 융합하는데 서로 큰 도움이 됐으니 좋은 것 아닌가."

-양국 과학자들 사이에 카운트다운 방법 외에 다른 차이가 있나.

"우리는 과학자이지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적 성향이 문제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생활습관이나 문화적 차이는 가끔 드러난다. 예컨대 발사 조종실의 좌석 배치가 다르다. 한 방을 미국과 러시아가 정확하게 반으로 나눠서 쓰는데, 상대가 무엇을 하는지 볼 수는 있지만 보안 상의 문제로 선을 넘는 것은 금지돼 있다. 미국 쪽은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스크린을 향해 일렬로 두 줄의 책상을 놓고 앉는 반면, 러시아 과학자들은 스크린을 등지고 ㄷ자 형으로 좌석을 배치했다."

-두 나라 모두 좌석 배치 방식을 양보할 수 없는 특별한 철학이 있는 건가.

"아니다. 관행적으로 해온 방식이기 때문에 각자 편한 대로 하는 것이다. 발사할 때 문제가 생기면 미국 팀은 자기 자리에서 문제를 풀고, 러시아 팀은 가운데 놓인 책상에 모여 다 같이 문제를 해결한 후 다시 좌석으로 돌아간다. 처음에는 서로 ‘과연 저 시스템이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을 가졌지만, 지금은 모두 의자 배치 모양 외에 사실상 다른 점이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우주 분야 국제 협력의 어려움은.

"우주 관련 기기를 옮겨올 때 법적인 문제가 무척 까다롭다. 무엇을 반입하고 반출할 수 있는지, 꼼꼼히 살피지 않으면 본의 아니게 범법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위성 발사 서비스로 경제적 이윤을 남길 수 있나.

"보잉도, 씨런치도 기업이다. 이윤을 남길 수 없다면 기업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내가 처음 우주 관련 일을 할 때만 해도 미국과 구 소련은 돈이 얼마나 많이 투입되건 상관하지 않을 정도로 치열하게 경쟁했다. 하지만 지금은 협력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남겨야 하는 시대다. 이제는 사람이 달에 가더라도 여러 나라가 힘을 모을 가능성이 많다."

-우주 개발에 참여하는 것이 즐거운가.

"우주 개발에는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모든 발사에 큰 책임이 따른다. 그만큼 보람도 크다. 90년대 초 잠시 일반 기업에서 일한 적이 있었는데 지루해서 바로 그만두었다."

김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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