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개펄에서 많이 잡히는 모시조개는 조개껍데기가 검다고 해서 가무락조개라고도 불린다. 일본과 중국 대만에서도 잡히지만 한국산이 맛이 뛰어나다고 한다. 우리나라 개펄에서 잡히는 수많은 조개류의 하나인 모시조개가 유명해진 것은 1988년이었다. 그 해 7월7일 노태우 대통령은 서울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민족자존과 통일번영을 위한 특별선언’ 즉 7·7선언을 발표했다. 이 선언을 계기로 남북교역 논의가 본격화했고 그 해 11월 첫 교역품으로 북한산 모시조개가 남한에 반입되면서 매스컴을 크게 탔던 것이다.
■ 모시조개는 일본인들이 매우 좋아하는 어패류다. 지난해 북한의 대일 수출액 176억4000만엔 가운데 모시조개는 22%인 39억5000만엔(약 400억원)으로 가장 많다. 일본 모시조개 전체 소비량의 40%가 북한산이라고 한다. 일본에서 북한산 모시조개가 인기가 높은 것은 청정지역에서 잡힌 것들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모시조개가 나는 남한이나 중국에 비해 산업화가 훨씬 덜 된 탓에 연안개펄이 덜 오염됐고 그만큼 깨끗한 모시조개를 채취할 수 있다고 한다.
■ 그러나 앞으로 일본에서 북한산 모시조개를 구경하기가 힘들게 됐다. 일본 정부가 모시조개를 실어 나르는 북한 선박의 입항을 사실상 봉쇄하는 한편 모시조개의 원산지 표시를 엄격히 하는 등 규제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시민단체들은 북한산 모시조개의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북한 모시조개 채취에는 북한 군인들이 많이 동원되는데 북한 모시조개를 사 먹지 않으면 북한 군부의 돈줄을 차단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북한에 대한 일본의 국민들의 여론도 최악이다.
■ 북일 간의 모시조개 갈등은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둘러싼 양측 갈등의 한 단면이다. 2002년 9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공동 발표한 평양선언은 북일수교의 물꼬를 틀 것으로 기%2대를 모았다. 그러나 일본인 납치를 화끈하게 고백한 김 위원장의 광폭외교는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납치피해자 가짜 유골 공방을 둘러싸고 서로 제재와 보복으로 위협하는 북한과 일본의 갈등이 어디까지 갈지 심히 걱정된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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