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대통령 장학생(Presidential Scholars)’이 있다면 한국에는 ‘21세기를 이끌 우수인재상’이 있다. 21세기 지식경제강국을 선도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할 ‘제4회 21세기를 이끌 우수인재상’ 수상자 80명(고교 및 대학 각 40명)이 선정됐다. 모범적인 학교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개인의 역량을 크게 발휘한 게 공통점이다. 경제적 어려움 등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특정 영역에서 최고 수준에 오른 학생들도 적지않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우수 인재 발굴을 위해 마련한 ‘21세기를 이끌 우숩수인재상’ 수상자들은 3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점심을 함께 하면서 축하와 격려를 받는다. 수상자들에게는 대통령 메달과 교육부총리 상장, 장학금(1인당 300만원) 등이 수여되고 2박3일간 금강산 연수 기회도 제공된다. 일부 수상자의 ‘인재가 된 이야기’가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대표적인 4학생의 사례를 소개한다.
■ 수학올림피아드 금메달에 소설도 써
#1 이승명(19·서울 휘문고 3)군은 2일 오후 1시께 겨우 눈을 떴다. 스스로의 표현처럼 "수학에 미쳤기 때문"이다. 수학과 관련한 원서를 읽고 까다로운 문제 여러 개를 푸느라 새벽 5시가 돼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2005학년도 2학기 정시모집을 통해 서울대 수학과에 일찌감치 합격한 ‘수학 수재’이지만 지금까지 수학책과 떨어져 본 기억이 없다. 지난해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제45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 국가대표로 참가해 금메달을 땄고, 같은 해 열린 아시아태평양 수학 올림피아드에서는 장려상을 수상했다. 이군의 어머니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은 게 깊은 사고를 요하는 수학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군은 문학에도 상당한 재능을 발휘해 고1 때 ‘파편’이란 제목의 단편소설을 써 학교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수학자가 되는 게 꿈"이라는 이군은 미국 유학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건희 장학재단 수혜자로 결정돼 있다.
■ 세계 최연소 최장·단독 비행 기네스
#2 앳띤 모습의 전지영(19·서울 경복여고 3)양은 13세인 초등학교 6학년 때 초경량 비행기 조종면장을 땄다. 국내 최연소 기록이다. 다음 해 1월1일에는 오빠와 함께 부산에서 서울까지 국토를 종단하는 ‘밀레니엄 첫 비행’을 했다. 1년 뒤인 2001년 1월1일에는 혼자 부산과 서울을 비행종단 하는 ‘사고’를 쳤다. 이 기록은 기네스북에 ‘세계 최연소 최장거리 단독 비행’ 이름으로 올라가 있다. 전양은 "6,000피트 높이의 추풍령 상공을 지날 때에는 체감온도 영하30도에 강풍까지 불어 너무 힘들었지만 조종간을 놓지는 않았다"고 당시의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3월 항공기능대 새내기 대학생이 되는 전양은 "시력이 좋지않아 조종은 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대신 운항관리사 등 항공부분의 다른 분야에 도전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 지구 7바퀴 거리 하천 탐사 책펴내
#3 경기 수지고 3학년으로 고려대 생태공학부 입학을 앞둔 김대민(19)군의 별명은 ‘하천탐사 박사’. 생태 및 환경보전 분야에서 전문가 수준의 지식과 경험을 축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6세 때부터 부모를 따라 전국의 산이나 들로 다니면서 생태와 하천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 게 시발점이었다. 초등학교 입학 후 생태 및 환경관련 서적을 꾸준히 읽고 잦은 자연탐사를 떠나면서 김군의 재능은 빛을 발했다. 12년간 무려 지구 7바퀴에 달하는 거리의 하천을 탐사했다. 이 기록은 ‘물고기 열하일기’ 제목의 책(상하 2권)으로 결실을 맺게 됐다.
이 책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가 청소년 권장도서, 문화관광부는2 과학분야 우수 추천도서로 각각 선정했다. 김군은 "대학에 들어가서도 하천탐사는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 지방대생, 세계적 학술지에 논문 쓰다
#4 이대훈(25)씨는 지방 사립대 이공계열 전공 학부생으로는 보기 드물게 연구 논문 작성에 수재성을 드러냈다. 원광대 자연과학기술학부에 입학했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1학년 때부터 연구실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그의 꿈은 노벨상 수상이다. 지난해 쓴 천연물질 효과 관련 논문이 SCI(과학논문인용색인)에 등재된 학술지에 게재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지도교수인 천영국 교수는 "지방 사립대생이 쓴 논문이 SCI 등E재 학술지에 올라가기는 극히 드문 일"이라며 칭찬을 아까지 않았다. 국내 학술지에도 발표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학술진흥재단 등재 학술지인 학국식품영양과학회지와 기초과학연구지에 각 1편을 발표했으며, 국내 학술대회에 참석해 3차례 우수한 논문을 잇따라 선보여 박수를 받았다. 같은 학교 대학원에 진학, 생명과학을 연구하게 될 이씨는 "미국 유명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생명공학 분야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진각기자 kimjg@h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