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임시국회가 열렸다. 아마도 많은 국민들은 2월 임시국회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을 것이다. 지난 해 정기국회와 잇달아 열렸던 임시국회가 국민들을 실망시켰기 때문이다. 여야가 무정쟁을 약속했지만 워낙 자주 정치가 약속을 어겼기에 믿는 국민도 거의 없을 것이다.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2월 임시국회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첫째, 지난 해에 처리하지 못한 국가보안법, 과거사법, 사립학교법 등 3개 법안을 처리해?한다. 임채정 열린우리당 의장이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3개 법D안을 이번 국회에서 마무리할 방침임을 밝혔다. 정세균 원내대표도 과거사법과 사립학교법 처리를 다짐하고 국가보안법 폐지안의 법사위 상정을 시사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심한 반대와 민생 매진을 내세워 뒤로 물러설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충분한 논의를 거쳐 처리하자는 주장은 하지 말자는 것과 다름없다. 그 동안 충분히 논의를 거쳤으므로 다수결 원칙에 따라 표결하면 된다. 여야도 지난해에 이번 임시국회에서 다시 다루자고 한 합의를 지켜야 한다. 이번에 처리를 안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3개 법안을 뒤로 미루면 이 법안을 둘러싼 여야와 국민 간의 갈등과 대립이 더욱 심해질 수도 있다.
둘째, 최종영 대법원장이 제청한 양승태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제대로 해야 한다. 지금까지 열렸던 인사청문회를 보면 총리와 감사원장에 대해서는 상당한 정도로 강도 있게 인사청문회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대법관이나 헌법재판소 재판관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형식적으로 진행되었다. 이번의 대법관 인사청문회는 그래서는 안 된다.
인사청문회가 양승태 후보가 대법관으로 적합한지를 검증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양승태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과는 별도로 대법원이 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한다는 점이 인사청문회를 통해 확인되기를 바란다. 대법관은 고위직을 지낸 법관들이 승진하는 자리가 아니다. 대법관 시민추천위원회가 인선 기준으로 제시했던 ‘법원 개혁에 대한 소신’, ‘여성 노동 환경 등 사회·경제적 약자의 입장 대변’, ‘행정·입법기관에 대한 견제 역할 수행’, ‘법관 이외의 다양한 사회 활동 경험’ 등을 확인해 봐야 한다.
셋째, 우여곡절 끝에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증권집단소송법을 유예해서는 안 된다. 열린우리당은 어려운 경제 현실을 내세워 법 이전에 이뤄진 분식회계에 대해서는 기업들이 한 번 정리할 기회를 주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증권집단소송법은 소송 절차에 관한 법률 규정으로 새로운 법을 만들어 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증권거래법 등 기존 법률에 이미 규정되어 있는 불법 행위에 관한 소송 절차를 추가하는 것이므로 유예기간이 필요하지 않다. 재계가 집단소송법 도입에 대비해 분식을 해소할 수 있는 시간도 충분히 있었다. 이제 와서 시간을 주자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재정경제부가 과거 분식에 대한 증권집단소송법 적용을 유예하기 위해 내놓은 법 개정안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재경부는 시행일 이전에 저질러진 과거 분식만을 골라내서 법 적용을 유예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며 사법제도의 혼란을 가져오는 위험한 발상이다.
증권집단소송법은 시행 중인 법이다. 정부와 기업 모두가 제도 정착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불법 행위로 부당한 피해를 보는 선의의 투자자들을 보호하고 기업과 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증권집단소송법이C 이익집단의 로비에 밀려 뒷걸음치는 데 국회가 동조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회의 분발을 기대한다.
손혁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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