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 W 부시 2기 정부의 대외정책이 수단 다르푸르 대량 학살사태의 처리를 놓고 첫 시험대에 올랐다.
유엔 다르푸르사태 조사위원회는 1일 7만 명 이상이 숨지고 160만 명의 난민이 발생한 이번 사태가 정부 주도 대량학살(genocide)은 아니지만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잔혹 행위인 만큼 해당자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다르푸르 사태의 국제형사재판소 회부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사태를 제노사이드(대학살)라고 규정하면서도 "이의 처리를 위해 미정부가 별도의 국제특별법정을 제안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노사이드 사건은 ICC에서 다루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미국이 이를 반대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배경에는 해외 파병 자국군의 기소를 막기 위해 가맹마저 피하고 있는 ICC의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막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미국의 반대 입장은 영국 등 ICC 회부를 지지하는 우방국들과 갈등을 빚을 수 있고 미국의 또 다른 일방 주의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미국 정부의 고민거리이다.
부시 대통령이 제2기 대외정책의 기조를 일방주의에서 국제기구 개혁을 통한 다자간 대화를 중시한다고 선언한 가운데 이번 사태를 어떤 식으로 풀어나갈지 국제사회는 주목하고 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 국제형사재판소란
2002년 7월 국제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심리·처벌하기 위해 네덜란드 헤이그에 설치한 국제재판소. 국제사회는 1998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유엔총회(160개국 참가)에서 로마선언을 채택, ICC 설립을 구체화했다. 뉘른베르크 법정과 유고슬라비아 법정 등이 한시적 기구였다면 ICC는 상설기구로 세계사적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ICC는 출범 초기부터 자국민에 대한 면책권을 요구한 미국의 견제를 받는 등 순탄치 못한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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