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설특집-영화세상/ 클로저 - 다가갈수록 거짓된 사랑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설특집-영화세상/ 클로저 - 다가갈수록 거짓된 사랑

입력
2005.02.03 00:00
0 0

사랑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첫 눈에 반하는 사랑이란 정말로 존재하는 것일까. 육체적 관계에 집착하는 남자와 정신적 교감을 중시하는 여자 사이에 애당초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지 모른다. 그래도 끝없이 그 실체를 믿고 싶은 것은 닿을 듯 닿지 못하는 남녀의 접점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일 것이다.

‘클로저’는 남녀가 평생 짐처럼 떠안고 살아가는 사랑에 대한 답을 찾는 영화다. ‘졸업’과 ‘워킹걸’을 연출했던 74세의 노감독 마이크 니콜스는 카메라를 메스 삼아 사랑을 잔혹하게 철저히 해부한다. 그리고 해부된 단편들에 가까이 다가가(closer) 들여다보면 ‘사랑은 야비하고 구린내 나는 위선과 거짓의 결집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런던 도심을 거니는 군중들 속에서 마주 걸어오다 눈이 맞은 두 남녀 댄(주드 로)과 앨리스(나탈리 포트만). 댄을 바라보다 차에 치인 앨리스와 그녀를 병원으로 옮기던 댄은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을 예감한다. 뉴욕출신 스트립 댄서와 작가를 꿈꾸는 부고전문기자의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사랑은 ‘운명’이라는 단어를 접착제로 해 동거로까지 이어진다.

변치 않을 것 같던 두 사람의 관계는 댄 앞에 지적인 여성 사진작가 안나(줄리아 로버츠)가 나타나면서 금이 간다. 안나는 유혹에 약하지만, 임자 있는 몸인 댄의 적극적인 구애에 쉽사리 넘어가지 않는다. 도리어 댄의 비뚤어진 행동 덕분에, 안나는 래리(클리브 오웬)를 필연처럼 만나 결혼하게 된다. 그러나 한 남자의 아내가 된 뒤에도 접근하는 댄에게서 안나는 진실한 사랑을 느낀다. 둘은 각자의 짝을 걷어차고 새로운 인생의 출발을 꿈꾸나 서로에 대한 믿음을 비집고 차곡차곡 쌓이는 불신의 벽을 넘지 못한다. 그리고 꼬일대로 꼬인 야릇한 4각 관계는 파경을 향해 치닫는다.

영화는 4명의 많지 않은 등장인물을 통해 사랑에 대한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영원한 사랑보다 순간의 사랑을 믿는 댄과 위험한 사랑을 내심 즐기는 안나, 사랑은 순수하고 진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앨리스, 이성에 대해 집요하면서도 저돌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래리가 서로 얽히면서 만들어내는 복잡한 방정식은 지루하지도, 단순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스크린 위에 펼쳐낸다. 또 영화는 댄과 래리를 매개로 수컷의 본능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자신의 육체적 관계는 개의치 않으면서 여성에게는 끊임없이 캐묻고 확인하는 둘의 모습은 덧없는 남성의 소유욕을 그대로 반영한다.

사?7랑에 대한 집착을 소름 끼치도록 연기한 클리브 오웬과 고독한 여인의 내면을 군더더기 없이 담아낸 나탈리 포트만은 나란히 골든글로브 남녀조연상을 받았다. 또 둘은 아카데미영화제 남우조연상 후보 명단에도 이름을 올려 놓았다. 말랑말랑한 로맨틱 영화에서 귀여운 여인 역을 주로 맡아 왔던 줄리아 로버츠가 실제 나이에 어울리는 성숙한 연기를 펼치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클로저’는 패트릭 마버의 동명 희곡을 필름으로 옮긴 작품. 연극 ‘클로저’는 30여 개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 100개 도시의 무대에 오를 만큼 큰 성공을 거두었다. 3일 개봉. 18세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