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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율스님 단식 이제 끝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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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율스님 단식 이제 끝냈으면

입력
2005.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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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 스님의 단식이 오늘로 100일째를 맞는다. 100일이나 곡기를 끊을 수 있는 초인적 의지력이 놀랍지만 생명이 사위어 가는 완연한 조짐에 안타까움과 걱정이 앞선다.

지난달 21일 청와대 인근 거처를 나온 스님의 행적이 묘연했을 때 우리는 주위 사람들이 단식을 중지시키고, 건강 회복에 나설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서울 서초동의 조계종 정토회관으로 자리만 옮겼을 뿐 단식은 계속됐다. 주위의 잇따른 설득도 ‘죽기를 각오한’ 스님의 굳은 결의를 흔들지 못했다.

스님은 이미 동생에게 소박한 장례를 부탁했고, 주위에서도 ‘스님의 선택을 돕는 길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는 태도가 지배적이라고 한다. 3개월간 천성산 터널 발파공사를 중단하고, 공동 환경영향평가를 하자는 요구를 정부가 수용할 가능성도 점치기 어렵다. 지난해 11월 법원이 이른바 ‘도롱뇽 소송’을 최종 기각, 오랫동안 중단됐던 공사가 막 재개된 상황이다. 장기단식이 국회를 움직여 여야의원 91명이 환경영향평가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냈지만 실질 효과는 미지수다.

이래저래 상황은 불의의 사태를 향해 치닫고 있고, 그 결과일 몰이성의 범람은 짐작조차 불길하다. 정말 아무런 해결책이 없는 것일까. 장기간의 환경영향평가 대신 정부측 평가자료를 환경단체가 검증하고, 발파작업을 일시 중지하는 방안 등으로 스님의 ‘배신감’을 누그러뜨릴 수는 없는 것일까.

아니 그에 앞서 주위 사람들이 다른 무엇보다 스님의 안위를 소중하게 여긴다면 스스로를 던져 설득에 나서야 한다. 정말 설득을 원한다면 동조 단식으로 스님의 의지를 떠받치는 것보다는 단식 자체에 대한 안타까움과는 별도로 천성산 터널 공사에 대한 여론에 별 변화가 없음을 제대로 알리는 게 현실의 지혜일 수도 있다. 죽기로 각오한 스님을 살리는 일인만큼 죽을 각오로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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