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불인견의 난장판이었다. 1일 노사정 대화 복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는 강경파들의 폭력적 난동으로 민주적 절차가 깡그리 무시된 채 시너가 뿌려지고 의자가 단상을 향해 날아가는 아수라장으로 돌변했다.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민회관에서 임시대의원대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노사정 대화 복귀를 거부하는 일부 극단적인 강경파들의 조직적 저지 움직임이 포착됐다. 이미 이들은 구민회관 앞에서 집회를 갖고 행동방침을 논의했다. 회의장에 입장한 강경파들은 일단 의사진행발언과 신상발언 등의 방법을 동원, 회의진행을 더디게 만들었다.
그러나 오후 5시30분께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이 노사정 대화 복귀에 대한 찬반토론을 거친 뒤 표결에 들어가려는 순간, 참관인석에 있던 수십여명의 강경파들이 의장석을 점거하기 위해 단상 위로 뛰어올랐고 찬성·반대파 간에 몸싸움과 난투극이 벌어졌다. 집행부의 호소로 20여분 동안의 소요가 진정된 뒤에도 강경파들은 단상을 점거한 채 구호를 외치고 운동가를 부르며 의사진행을 방해했으나 이 위원장은 회의를 속개했다. 이 와중에 강경파들은 "반대의견을 존중해 폐회선언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고 찬성파들은 "신속한 표결이 이뤄져야 한다"고 맞섰다. 이 위원장은 단상점거가 계속되자 신상발언을 통해 "사회적 교섭 결정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돼 위원장직을 수행해왔다"며 "지난 정기대의원대회에 이어 회의가 또다시 무산될 경우 위원장에 대한 불신임으로 판단, 사퇴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폭력적 난동이 빚어진 것은 오후 8시30분께. 단상점거가 계속된 상황에서 이 위원장이 노사정 대화복귀를 위한 표결을 진행하겠다고 선언하자 일부 강경파 조직원이 위원장의 의사봉을 빼앗았고, 이어 지도부측과 강경팎? 사이에 집단 몸싸움이 벌어졌다. 흥분한 일부 강경파가 시너를 단상으로 뿌려 메케한 냄새가 회의장에 진동했으며, 또 다른 강경파는 소화기와 소방전을 단상에 뿌리는 등 대회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일부 강경파는 이 위원장을 밀치고 팔을 꺾는 등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9시50분께 이 위원장은 재표결을 위해 정족수 계산을 했으나 이미 강경파들의 조직적인 불참 속에 정족수에 17명이 모자란 376명으로 확인돼 유예를 선언했다.
이 위원장은 "대의원 여러분께 대단히 죄송스럽고 이번 회의 무산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 방법과 시기에 대해선 추후 논의해 공표할 것"%C이라며 쓸쓸히 회의장을 떠났다. 표결이 무산되자 "민주노총 대의원들의 수준이 이것밖에 되지 않느냐"는 등의 개탄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지난달 20일 정기대의원대회에 이어 임시대의원대회가 무산됨에 따라 파장은 무척 클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 위원장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강·온파 간에 치열한 권력쟁탈전이 벌어지면서 민주노총의 노사정 대화 복귀는 한동안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강·온파 경쟁 과정에서 민주노총의 내부분열이 가속화하면서 노동계의 판갈이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이른 시일 내에 중앙위원회를 소집, 이 위원장의 거취를 결정하고 노사정 대화 복귀 안건 재투표를 추진할 계획이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신기해기자 shinkh@hk.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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