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 끝나자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왜 스팅에게 ‘이 시대 최고’라는 수사를 바쳐야 하는지 무대는 웅변하고 있었다. 지난 주말 열렸던 그의 내한공연은 대중음악 공연의 완벽한 전범을 보여줬다.
장비를 직접 공수해왔다는 음향은 놀라울 만큼 정확한 밸런스를 유지했고, 연주와 노래 또한 ‘최고’의 이름에 값했다. 스팅은 시종일관 페이스를 잃지 않고, 감정의 완급과 고저를 한치의 빈틈도 없이 조절하며 객석을 장악했다. 관객들은 마치 그의 정교한 시나리오에 따라 환호하고 춤추고 발을 구르는 듯 했다. 세월은 그를 훼손하지 않고 더 깊고 풍부하게 만들었다. 초로의 스팅은 여전히 이지적이었으며 힘찼으며 도도했다.
그의 노랫말들은 대부분 철학적이고 함축적이다. 그의 노래들은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의 긴장을 예민하게 자각하는 ‘예술가적 자의식’으로 가득 차 있다. 그 ‘정신의 귀족성’이 스팅을 스팅답게 하는 첫째 요소다.
그의 공연을 보며 모처럼 노래다운 노래를 듣는 행복을 느꼈다. 진짜 노래는 인생과 존재를 고양시킨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노래와 음악이 줄 수 있는 최대의 축복을 선사했다.
두 번의 앙코르와 함께 2시간 가까이 이어진 공연에서 스팅은 간단한 인사 외에 단 한마디의 멘트도 없이 노래와 연주에만 몰입했다. 그 집중력에서 저항할 수 없는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귀중한 공연의 상당부분을 시시껄렁한 잡담으로 채우고, 관객들 낯색이나 살피는 많은 국내 뮤지션들에게 무대의 위엄과 품위를 그는 가르치고 있었다.
무대를 허비하는 건 죄악이다. "봐라, 바람 잡는 말 한마디 없이 음악만으로도 이렇게 사람들을 미치게 하지 않느냐, 관객들에게 아첨하지 않고 관객들을 완벽하게 장악하는 이 장관을 봐라." 필자는 속으로 그렇게 외쳤다. 그리고 공연장을 나서며 다시 한번 탄성을 질렀다. "브라보, 스팅!"
이주엽 음반기획사 JNH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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