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2년 2월2일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가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났다. 1941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졸(卒). 현대 영문학의 영토 가운데 꽤 널찍한 땅은 아일랜드 사람들에 의해 경작됐는데, 그 가운데서도 조이스의 자리는 특히 우뚝하다. 그를 흔히 ‘20세기의 셰익스피어’라고 부르는 관행에서도 드러나듯, 조이스를 빼고 20세기 영문학을, 더 나아가 20세기 문학을 되돌아보기는 어렵다. ‘의식의 흐름’이나 ‘현현(顯現: epiphany)’ 같은 말들은 조이스를 통해 문학용어사전에 새로 등재되었다.
조이스의 작품 대부분은 고향 더블린과 그 주변을 배경으로 삼고 있지만, 그는 민족주의자가 아니라 세계시민주의자였다. 우연찮게도 그는 생애의 절반이 훨씬 넘는 37년을 조국 바깥으로 떠돌았고, 결국 타향에서 죽었다. 그 긴 떠돌이 생활은 대체로 가난과 고독과 질병 속에서 이어졌다. 신화와 상징, 몽타주와 패러디, 환상과 무의식, 선조적 시간의 파괴 따위를 낯선 서술기법과 말놀이에 버무려낸 조이스의 끝없는 실험에 대중 독자들은 무심했고, 비평가들은 분열됐다. 조이스는 매스컴과 대중 독자를 무시할 수 있었던 거의 마지막 세대의 거장이었다.
조이스가 ‘갑작스런 영적 현시(靈的顯)’라고 정의한 ‘현현’은 어떤 사건이 일상성의 각질에 순간적 균열을 일으키며 그 틈새로 본질이 드러나는 현상을 뜻한다. 소설집 ‘더블린 사람들’은 일상에 매몰된 더블린 사람들의 정신적 마비상태가 균열을 일으키는 바로 이 현현의 순간들을 형상화한 것이다. 수록 작품 가운데 하나인 ‘죽은 사람들’에서는 등장인물의 잠재의식을 표층으로 끌어올려 외부 묘사와 내적 명상을 서로 넘나들게 하는 ‘의식의 흐름’이라는 서술방식이 시도됐는데, 20세기 모더니즘 문학의 상표가 된 이 기법은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거쳐 ‘율리시즈’에서 활짝 개화했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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