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도 없고 해맑은 아이들의 웃음도 볼 수 없는 인터넷공간이지만 우리들의 마음만은 고스란히 전할겁니다. 분교 아이들도 교육 받을 기회는 평등해야 하니까요." 전국 두메에 흩어진 분교 초등학생을 가르치겠다고 나선 고등학생들이 있다. 강원 횡성의 민족사관학교 학생 20명이다.
이들의 홈페이지 ‘가르치미(www.garchimi.com)’는 1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도교사도 없이 학생들 스스로 방학 중 꾸민 계획이다. 박경근(18·국제반 2년·사진)군이 아이디어를 냈다. "벽지학교 자원봉사를 하는 친구가 교육환경이 너무 열악하다고 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궁리했죠." 중학교 때 광주교육청 주최 학생홈페이지 경연대회에서 은상을 받을 만큼 컴퓨터 도사인 박군은 정아람(18·KAIST 진학 예정)양과 함께 지난해 말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하지만 둘이 하기엔 버거운 일이었다. 지난 달 24일 학교친목 홈페이지를 통해 뜻을 같이하는 친구 18명을 모았다. 방학이라 모두 집에 가 있었지만 인터넷과 휴대폰 논의를 통해 차츰 활동의 윤곽을 그려갔다. 인터넷 대화의 일부.
-과목은 몇 개?
"너무 많으면 안되니까 영어 과학 수학으로 하자." "영어는 초급, 중급으로 나눠야 해."
-동영상 강의가 짱인데…
"용량이 부족하니까 일단 영어만 음성강의를 하자."
-교재는 어떤 기준으로 정해?
"음… 각자 한 과목씩 맡아서 강의록을 만들어야지."
박군을 대표로 해서 각자 자신있는 과목을 맡아 ‘강의록’ 담당 7명, 1대1 채팅수업 담당 5명, 질문게시판 담당 3명, 보충인력 5명 등으로 역할을 나눴다. 강의록은 개학일인 11일 직접 만나 보완한 뒤 홈페이지에 올릴 예정이다. 분교 아이들이 강의록을 보고 궁금한 사항을 물으면 채팅 등을 통해 답하고 홈페이지 내용을 보완하는 방식이다. 영어 강의록을 ?%링欲? 있는 강윤진(16·국제반 1년)양은 "직접 만나지 못하는 아이들이니까 신경이 더 쓰인다"며 "발음은 직접 녹음하고 초등학교 영어 교과서랑 ‘곰돌이 푸’ 같은 쉬운 영어동화책을 골라 재미있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60곳의 분교 홈페이지를 일일이 방문해 소개 글을 올렸다. 현재까지 등록한 분교학생은 고작 6명. 등록하려면 까다로운 인증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박군은 "저희 홈페이지가 자칫 초등학생들 숙제나 도와주는 장소로 변질되지 않도록 재학증명서나 분교 선생님들의 확인전화를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꿈인 박군은 "아직 성과는 없지만 꾸준히 해서 후배들에게 이 일을 물려주고 싶다"고 했다.
"나름대로 최고의 실력을 갖춘 강사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 동생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 드려요." 고교생 선생님들은 마지막까지 홈페이지 홍보에 열을 올렸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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