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비롯한 내수 경기에 훈풍이 돌고 수출도 호조를 이어가면서 경기 회복론이 조심스럽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1월 자동차 내수 판매는 지난해 동기에 비해 6.8% 증가,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다는 낙관론을 낳고 있다. 지난해 한국 경제를 홀로 지탱해 온 수출은 환율 하락과 고유가 등에도 불구하고 두자리수 성장을 유지,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백화점 매출이 크게 늘어나는 등 소비가 우리 경제를 구조적으로 옥죄어 온 가계부채 문제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타고DD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환율과 유가 등 대내외 불안 요인들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라며 신중론을 펴고 있다.
내수 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등 국내 5개 완성차는 지난달 총 39만8,132대를 판매, 지난해 1월(27만7,269대)에 비해 판매량이 43.6% 늘었다. 내수(8만958대)와 수출(31만7,174대) 판매 증가율은 각각 6.8%와 57.4%였다. 특히 내수의 경우 지난해 전체 판매량이 2003년 보다 17.0% 감소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신장률이다.
유통업계도 설 대목과 함께 오랜만에 온기를 느끼고 있다. 이마트 일산점의 도명기 점장은 "찬거리만 사 들고 발걸음을 돌리던 주부들이 등산복이나 헬스 기구를 찾는 걸 보면 숨통이 트인 것 같다"고 말했다. 1년 전 고객 한 사람이 평균 3만5,000원을 쓰고 간데 비해 올해는 씀씀이도 커져 7,000원 정도 늘었다. 백화점의 1월 매출(설 행사 제외)도 지난해와 비교해 롯데는 9.2%, 현대 1.8%, 신세계 13%가 성장했다.
가전제품도 예비 부부들의 예상 혼수견적 액수가 늘어나는 등 ‘봄날’의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2003년 평균 370만원이던 혼수 견적은 지난해초 350만원으로 줄었다가 올들어 400만원 가량으로 높아졌다. 특히 삼성전자 등 가전 3사의 파격적인 보상판매 행사에 힘입어 세탁기 등의 판매가 폭증했다. 가전업체들은 "에어컨 판매예약 등에 소비자들의 호응이 예상외로 커 매출이 20% 이상 늘었다"며 "전체 가전시장이 지난해 12월과 비교해 25~30% 성장했으며, 하반기엔 더욱 호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 1월 우리나라 수출은 225억4,000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189억9,000만 달러)에 비해 18.7% 증가하는 등 상쾌한 출발을 보였다. 지난달 20일까지 지난해 동기 대비 증가율이 마이너스에 그쳐 부진이 우려됐지만 막판 열흘간 통관 물량이 쏟아지면서 사상 최대 실적(2,542억 달러)을 자랑했던 지난해의 탄력을 이어갔다. 증가율도 지난해 1월 32.6%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18.7%나 기록, 저력을 확인했다. 일 평균 수출액도 9억8,000만 달러로 지난해 12월(9억6,000만 달러)보다 많았다.
그러나 이번 수출 증가율은 2003년 8월(10.2%) 이후 1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 일부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원화 강세와 고유가 등 불리한 대외무역 여건과 지난해 동기의 높은 수출 증가율 등을 고려하면 안정적인 증가세를 유지했다"고 분석했다. 수출 증가세는 다소 감소 추세지만 고유가와 환율 하락의 여건에 비춰볼 때 비교적 탄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 올 성장률 전망은/ 정부 "5% 성장" KDI "4% 안팎"
주요 국책 및 민간 경제연구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 경기를 어둡게(성장률 3.7~4.0%) 보고 있지만, 정부는 ‘나홀로’ 5% 성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무턱대고 낙관하는 것은 아니다. 연간 40만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5% 성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인 만큼 성장률 5% 달성은 전망이라기보다 목표에 가깝다.
재정경제부는 대내외 경제여건 상 성장률이 잠재성장률(5% 안팎%6)을 1%포인트가량 밑돌 위험성이 있지만 종합투자계획 등으로 부족분을 메워 5%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 확정된 종합투자계획으로는 0.6~0.7%의 성장률 상승 효과만 있기 때문에 모자라는 부분은 추가 대책을 통해 채우겠다는 것이다.
요즘 들어 미미하나마 내수시장에 회복 조짐이 보이는 데다 수출도 당초 예상보다호조를 보이고 있어 5% 달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재경부는 하반기로 갈수록 좋아지는 ‘상저하고(上低下高)’의 경기흐름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20%가 넘었던 수출증가율이 크게 둔화하는 대신 민간소비 증가율이 2년에 걸친 마이너스 행진에서 탈출하면서 수출·내수간 갭이 어느 정도 메워지고, 내수의 성장기여도가 높아지면서 체감경기는 작년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종합투자계획을 고려하더라도 올해 성장률이 4%안팎에 그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KDI는 특히 종합투자계획에 따른 성장률 상승효과는 0.2∼0.3%포인트에 불과할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과 LG 등 민간경제연구소는 3.7~3.8%의 전망을 내놓고, 최악의 경우 2%대 성장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 꿈틀대는 부동산시장/ 강남 재건축 가격 회복 미분양돈도 빠르게 소진
부동산 시장에 해빙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일부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10·29대책 이전 수준까지 회복된 것을 비롯해 미분양이 빠르게 소진되고, 매수 문의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등 집값 상승기 직전에 나타나는 선행 징후들이 잇따르고 있다.
법원경매 시장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달궈지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2,3차까지 유찰됐던 아파트 매물들이 이 달 들어 감정가보다 높게 낙찰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지난달 24일 경매에 나온 양천구 목동 리버하이츠 37평형은 감정가(1억8,000만원)보다 높은 1억8,659만원에, 노원구 상계동 주공아파트 21평형도 감점가 1억원보다 높은 1억1,220만원에 낙찰됐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달 강남구 아파트의 경매 낙찰률은 지난해 12월(13.2%)보다 3.4배 올라간 44.1%로 급반등했다.
부동산 선행지표의 하나인 급매물 물량과 매수 문의도 지난해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송파구 잠실동의 재건축 급매물은 가격이 4,000만원 이상 올랐는데도 자취를 감췄고, 강남·서초구의 일반아파트 급매물도 하나 둘씩 회수되고 있다.
반면 부동산 정보제공업체와 중개업소에 걸려오는 매수 상담 건수는 2배 이상 늘었다. 내집마련정보사의 경우 지난해 12월 매입 문의가 50여건에 불과했으나 올 들어 100건을 훌쩍 넘었?A다.
업체들의 미분양 물량도 수도권과 충청권의 대형단지를 중심으로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대우건설이 지난해 11월 목포 남악신도시에서 분양한 ‘옥암푸르지오’는 이 달 들어 지난해 12월(13건)의 3배가 넘는 46건의 계약이 성사됐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의 이 같은 해빙 시그널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상승 장세’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상당수 있다. 강남 재건축 단지가 이끄는 상승 장세가 개발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따른 일시적 반등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2월 임시국회에서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 도입이 확정돼 9월부터 시행되면 다시 패닉 %상태로 회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런 회의론자들도 6월의 판교신도시 분양이 반전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지난해 초 ‘시티파크’의 청약광풍으로 주상복합 붐이 일었듯 판교 신도시가 분양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은행PB사업단의 안명숙 부동산팀장은 "현재 부동산시장은 정부의 규제와 투자 심리가 팽팽히 힘겨루기를 하는 상황"이라며 "향후 정부의 규제 강도와 판교 신도시 분양 결과에 따라 시장 판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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