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를 지키는 경찰은 어느 나라 경찰인가." 허준영 경찰청장의 독도 순시 계획이 외교통상부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울분을 토로하는 비난이 들끓고 있다. 물론 그만한 압력때문에 순시를 취소한 경찰청장에 대한 비판도 빼먹지 않았다. 외교부 홈페이지와 주요 인터넷 게시판은 정부의 결정에 항의하는 성토장이 됐다. "일본과 전쟁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경찰청장이 독도에 가야 한다"거나 "매사 남의 나라 눈치만 보는 외교통상부를 이번에 없애버리자"는 식이다. 감정적인 반응이라고 그냥 넘기기엔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독도 문제를 놓고 한일 간에 외교적 논란이 있는 만큼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행위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독도에 대한 일본의 분쟁지역화 전략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깊은 뜻인 듯 하다. ‘무대응이 최선’이라는 독도 정책은 우리 정부의 기본 방침이고 나름대로 설득력이 없지는 않다. 실질적으로 독도를 점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일본의 시시콜콜한 도발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일 게다.
그러나 이번 경우엔 사정이 다르다. 경찰 총수의 독도 방문을 부하를 살펴보는 일상적인 순시로만 볼 수는 없다. 독도를 직접 관할하는 경북경찰청장은 어떻게 매년 한 차례씩 독도를 다녀오는가. 이번 외교부의 판단에 대해 "알아서 기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외교부의 주장대로 경찰청장의 방문이 독도 문제에 악영향을 미칠 정도라면 "그 동안 우리 외교부는 무엇을 했느냐"는 질문이 당연히 나와야 한다.
일본과의 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두려워하는 외교부는 왜 국민들의 참담한 허탈감에는 그다지도 무심한 것인가.
진성훈 사회부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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