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진상규명위원회의 피해신고 접수 첫날인 1일 서울 신문로 세안빌딩 9층 규명위 민원실에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백명의 접수자 및 문의자들이 아침부터 몰려들었다. 규명위는 당초 오전 9시부터 접수를 시작하기로 했으나 고령의 사할린 영주귀국 동포들이 오전 8시 이전부터 줄을 선 채 차례를 기다리자 오전 8시30분부터 접수에 들어갔다. 또 규명위 자료실을 민원인들에게 내주고 접수 인력을 6명으로 늘렸다. 특히 피해접수에 관한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접수절차와 준비서류를 묻는 문의가 오전부터 폭주, 2대에 불과한 규명위 민원실 전화가 불통되기도 했다.
이곳을 찾은 백발의 피해자와 유족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 꽃을 피우고, 두툼한 증빙자료를 나눠 보며 아픈 추억을 떠올렸다. 사할린으로 끌려가 돌아오지 못한 시아버지의 피해신고를 하러 온 남양감(63·여)씨는 "1943년 강제 징용당한 시아버지를 광복 후 일본군들이 퇴각하면서 사할린에 남겨뒀다"며 "30년이 지난 후 귀국한 사할린 동포들을 통해 갖은 고생을 하다 5년여만에 만리타향에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했다"고 눈시울을 적셨다.
충남 서산에서 새벽차를 타고 올라온 이모(69·여)씨는2 "4세 때 긴 칼을 허리춤에 찬 순사들이 집 마당으로 뛰어 들어와 아버지를 붙잡아간 뒤 생사도 모른 채 수십년의 세월이 지났다"고 말했다.
서울시 실무위원회 민원실이 마련된 시청 별관 1층에도 아침부터 많은 노인들이 밀려들었다. 서울시 민원실 관계자는 "대부분이 70대 이상인 민원인들이 전화를 걸어 긴 사연을 털어놓는 바람에 민원접수가 원활하지 못했다"며 "정부에서 접수방법 등의 대국민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강원도 민원실의 경우 도 공무원들이 행사참가를 이유로 한꺼번에 자리를 비워 전화문의를 못한 민원인들이 불만을 터뜨렸다. 또 강원 춘천시는 담당창구가 2층에 마련돼 노인들을 배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광주와 전남지역은 대설주의보가 내려지는 등 악천후 때문에 접수창구가 한산했지만 전화문의는 끊이지 않았다.
규명위원회는 이날 전국적으로 피해자 신고 2,573건과 진상조사 신청 1건이 각각 접수됐다고 집계했다.
한편 국방부도 이날부터 북파공작원 등 특수임무수행자에 대한 보상신청접수를 시작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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