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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 독립’다시 뜨거운 감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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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 독립’다시 뜨거운 감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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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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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 족의 독립 문제가 이라크의 안정을 좌우할 새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이라크 내 쿠르드 족은 총선을 통해 정치세력화에 성공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독립국가 건설운동을 본격화할 태세다. 쿠르드 족은 이라크와 이란 터키뿐 아니라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공화국에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때문에 주변국들은 이라크 쿠르드 족의 ‘독립운동’이 자국으로 파급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터키는 군사력을 행사하겠다고 벌써부터 견제에 나섰다. 민족의식이C 고양된 쿠르드 족이 중동의 새 화약고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라크 전체 인구의 23%를 차지하고 있는 쿠르드 족은 이번 선거를 통해 전체 275명의 제헌의회 의석 중 5분의 1가량인 55석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도 협조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더욱 발언권을 키울 전망이다.

CNN방송에 따르면 쿠르드족 440만명 중 투표권을 가진 200만명의 80~90%가 투표에 참여할 정도로 열기가 높았다.

문제는 권력 지분을 차지한 데 만족하지 않고 독립의 깃발을 들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쿠르드 족 양대세력중의 하나인 이라크민주당(KDP)를 이끌고 있는 마수니 바르자니 당수도 선거 후 "내 생전에 쿠르드족 독립을 보고 싶다"며 야망을 감추지 않았다. 이들 정당은 이번 선거에서 주민들에게 독립의사를 묻는 별도의 비공식 투표를 병행 실시했다.

쿠르드 족은 아직은 주변국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독립문제를 정면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 대신 현재 자치권을 인정 받고 있는 아르빌, 술라이마니야, 도후크 등 북부 3개 주에서 머물지 않고 키르쿠크로 자치지역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쿠르드족 연합정당은 31일 "이라크 북구 유전도시 키르쿠크에서 승리를 거뒀다"고 주장하며 이 문제에 불을 지폈다.

터키는 즉각 견제에 나섰다. 압둘라 굴 터키 외무장관은 31일 "키르쿠크가 민족분쟁을 일으킬 경우 터키가 행동을 취할 수 밖에 없다"며 군사행동을 불사할 것임을 내비쳤다. 타이프 에르도간 터키 총리도 이날 "미국은 키르쿠크를 지배하려는 쿠르드의 움직임을 막는데 실패했다"며 미국을 비판했다.

미국은 동맹국 터키의 반발을 무마하느라 바쁘다. 더글러스 페이스 미 국방차관은 앙카라를 방문, "미국은 이라크의 통합을 지지한다"며 쿠르드족의 분리독립에 반대한다는 뜻을 시사했다.

쿠르드족은 오스만터키 치하에서 민족이 분단된 이후 수백년간 참혹한 탄압을 받으면서도 독립운동을 멈추지 않았다. 1988년 후세인 정권은 독가스를 살포해 쿠르드 거주지역의 80%를 파괴하는 만행을 저질렀고, 터키도 쿠르드어 사용을 금지하는 등 억압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 "이라크총선, 아랍개혁 촉발"

이라크 총선 성공에 대한 평가가 잇따르는 가운데 이번 선거가 다른 아랍권 국가들에 정치개혁과 자유선거에 대한 압력을 높일 것이라고 AP등 외신들이 31일 보도했다.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이번 선거는 아랍세계에 민주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라크의 치안부재, 다국적군의 철수론, 종파·민족간 갈등으로 인해 총선 이후 정치일정에 회의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에 따라 시아파와 수니파 정치 지도자들은 일제히 정국안정을 위한 단합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야드 알라위 이라크 총리는 이번 선거는 ‘테러리즘에 대한 승리’라며 "선거참여 여부를 떠나 이라크인은 공동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수니파 거두 아드난 파차치도 "선거에 불참한 수니파 정당도 향후 헌법제정에 참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알 카에다 이라크 지부는 총선 저지가 실패로 끝났지만 성전(지하드)은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 무장단체를 이끄는 테러리스트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는 "수니파는 시아파에 맞서 싸워야 하며, 바그다드에 시아파는 남아 있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는 30일 영국군 10명이 숨진 C-130 허큘리스 추락은 자신들의 소행이라며, 미사일 발사 장면을 이슬람 위성방송 알자지라 TV를 통해 공개했다.

개표와 관련, 이라크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방 단위의 1단계 개표가 완료됐으나 최종 집계는 7∼10일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바그다드 인근 부카 수용소에서 발생한 폭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미군이 총을 발사해 4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했다고 미 중부사령부가 밝혔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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