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사람보다 배우자가 있는 사람의 자살률이 훨씬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독신상태가 자살의 위험요소로 작용한다는 기존의 사회적 통념을 뒤집는 것이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장윤정(32·여)씨가 31일 석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한 ‘한국인의 자살경향’에 따르면 통계청에 등록된 2000~2002년 자살한 사람 중 배우자가 있는 여성의 비율이 이혼녀보다 1.8배나 높았다. 남성의 경우도 배우자가 있는 남성이 이혼남보다 1.5배 높은 자살률을 보였고, 미혼인 남성보다는 1.2배 자살률이 높았다.
배우자가 있는 여성이 배우자가 있는 남성보다 자살률이 더 높은 것은 미혼이거나 이혼한 여성의 경우 사회·경제적 독립이 가능한 반면, 사별하거나 기혼인 경우 가족에게 의지하는 경향이 더 높아 극한 상황에서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세대별로 보면 가정을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25~44세에서는 결혼상태인 사람의 자살률이 이혼한 사람보다 2배 높았고, 65세 이상 노년에서는 배우자가 있는 경우가 이혼자보다 4.4배나 높은 자살률을 보였다. 45~64세에서는 이혼한 사람과 결혼 상태인 사람의 자살률이 비슷했지만, 미혼인 경우는 그 절반에도 미치지 않았다.
장씨는 "1998년 시작된 경제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경제적 압박 등으로 인한 부부 갈등도 만성화하고 있다"며 "배우자가 있을 경우 자살률이 높아진 것은 가족붕괴의 위기상황에서 자살을 손쉬운 해결 방법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대별로는 65세 이상 노인층이 인구 10만명당 55.74명으로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였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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