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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총선-향후 정국 3大 포인트/ 권력 쥔 시아파, 수니파·美와 공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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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총선-향후 정국 3大 포인트/ 권력 쥔 시아파, 수니파·美와 공조할까

입력
2005.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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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왕정시절 이후 처음 실시된 자유선거인 '1·30 총선'으로 이라크에서 안정된 민주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여정이 시작됐다. 이라크의 진로는 두 갈래다. 인구의 6할을 차지하면서도 피지배 계급에 머물러온 시아파는 새 이라크의 주도세력으로 등장해 정권을 주도할 전망이다. 하지만 집권세력의 교체는 수니파의 저항과 최악의 내전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반면 미국과 과도정부가 기대하는 것은 이른바 ‘민주주의 효과’다. 정부를 선택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 이라크 민중이 체제에 대한 신뢰를 보이고 정국도 급속히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라크가 어느 길을 가게 될 지는 다음과 같은 3대 변수에 달려 있다.

1.새 주도 세력의 진로 이라크 시아 무슬림 양대 정당과 군소 정당들이 결성한 ‘통일이라크연합(UIA)’은 이번 총선에서 승리를 굳히면서 확실한 주도세력으로 부상했다. 과도정부의 총리와 대통령, 2명의 부통령 등 정부와 의회의 요직의 상당수도 시아파가 차지할 전망이다.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이야드 알라위 임시정부 총리와 압델 아지즈 알 하킴 이슬람 혁명최고평의회(SCIRI) 의장, 이브라힘 자파리 부통령 등은 모두 시아파다. 시아파는 "수니파를 권력구성에 참여 시키는 거국 연립 정권을 출범시킬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 수니파에게 권력을 나눠줄지는 미지수다.

특히 시아파가 지배하는 제헌의회가 헌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아랍 정체성의 유지문제가 논란이 될 소지도 크다.

미국과의 관계 설정도 문제다. UIA를 구성하는 이슬람혁명최고평의회와 다와당은 후세인 통치시절 이란에 거점을 두고 반체제 활동을 펼쳤다. 여기에 시아파의 종교 지도자 아야툴라 알 시스타니가 신정체제를 추구하고 자주노선을 취할 경우, 미국과는 물론 주변 이슬람 수니파 국가들과의 관계에도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2.수니파의 선택 총선후 관심은 선거를 보이콧한 수니파를 과연 시아파 정부가 어떻게 제도권 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느냐에 집중된다. 이는 저항운동 및 테러 등과 직결될 뿐 아니라 미군과 다국적군의 철군일정과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총선에 출마한 수니파 정치가 미샤안 알 주부리는 "차기 정부가 수니파의 발언권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저항은 계속될 것"이라며 "유일한 방법은 수니파에게 권리를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수니파를 만족시킬 권력나누기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특히 10월 국민투표에 부쳐질 헌법초안이 3개 주이상에서 3분의2 이상 반대표를 얻게 될 경우 지금까지의 정치일정은 무효가 되며 또 다시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 심각한 국론분열과 폭력상황을 감안할 때 국민투표와 총선을 다시 치른다는 것은 이라크 국민들에게 또 다른 악몽이다.

반면 수니파가 배제된 상태로 헌법을 제정하면 수니파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폭력 저항이 격화할 수 있고, 언제든지 국가 분열의 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

3.이라크 방위군의 홀로서기 총선결과 발표 후 이라크 과도정부와 미·영국이 최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이라크 방위군과 경찰의 자위력 확보다. 과도정부는 현재의 무법상황을 종식시키고 법치의 틀을 완성시키기 위해 저항세력과 소모전으로 만신창이가 된 이라크 군·경을 육성해 정예화 시키는 것이 시급하다. 수니파의 정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새 정부는 대강이라도 미군을 포함한 다국적군 철수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 최근 미국과 영국은 이라크 방위군의 수를 2배로 늘리고 준 군사조직을 창설하는 등 다국적군의 철수계획을 비밀리에 합의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이라크 방위군이 동맹군 주둔 병력 15만 명을 점진적으로 대체해 나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라크가 총선후 내전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현재 방위군의 전력으로는 상황대처가 역부족으로 판명될 경우 다국적 군대의 주둔은 연장될 수 밖에 없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 대통령·2人부통령이 '대통령委'/ 구성 내각임명 등 상징적 주권 가져

이라크 과도정부의 권력구조는 3명으로 구성되는 대통령 위원회가 상징적 주권을 갖는 게 특징이다. 3개 정파의 권력분점을 가상한 구조인 것이다. 대통령위원회는 총리와 각료 및 연방최고법원에 대해 임명권을 행사한다.

입법부인 제헌의회는 275명의 의원으로 구성되며 의석 25%는 여성이 차지한다. 의회는 대통령과 부통령을 선출해 대통령위원회를 구성한다.

대통령은 2명의 부통령과 대통령 위원회를 운영한다. 상징적이지만 군통수권을 행사하고 총리와 각료를 임명한다. 총리는 실질적으로 행정권을 행사하며 각료를 대통령 위원회에 추천한다.

대통령 위원회는 또 연방최고법원 판사들을 임명한다. 연방최고법원 판사들과 각 법원의 대표들은 최고사법위원회를 구성해 사법부 전체의 인사와 예산을 관장한다. 사법제도는 항소법원과 파기원 등 대륙법식 3심제도로 운영된다.

■ 선거는 성공한 것인가/ 시아-수니파 사이 더 멀어져

"예상 밖의 성공"이라고 서방언론이 평가한 이라크 총선은 정통성을 확보한 것일까. 정통성에 문제가 있다면 이번 선거는 난제가 산적한 이라크 정치일정의 항로를 출발부터 뒤흔드는 혼란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표면적으로 이번 선거는 유권자의 참여를 끌어내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던 투표율이 잠정적이지만 60% 선에 달하고, 일부 시아파 지역은 과열양상마저 보였다는 게 선관위의 주장이다. 그럼에도 이번 선거는 투표 전부터 우려했던 종파 간 분열양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선거의 성패가 투표율 보다는 수니파가 얼마나 선거에 참여할 것인가에 달렸던 만큼 이들의 참여가 극도로 저조했던 이번 투표는 성공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오히려 시아파와 수니파 간 분열이 극명히 드러나 종파 간 화합이 더 멀어졌다는 시각도 있다. 수니파 밀집지역인 팔루자 라마디 사마라 바그다드 등 중부지역은 아예 문을 열지도 못한 투표소가 속출했고, 그나마 문을 연 곳도 유권자들이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개점휴업 상태로 선거를 마쳤다.

국민의 20%를 차지하는 수니파의 참여가 중요한 이유는 시아파와 쿠르드족 만으로 정부가 구성되고, 수니파가 배제될 경우 내전이 발발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제헌의회는 10월15일 이전까지 헌법안을 국민투표에 붙여야 하나 현 과도헌법 상 전체 18개주 중 3개주 이상이 반대하면 헌법안은 폐기되고 제헌의회도 자동 해산된다. 최악의 시나리오인 셈이다. 수니파는 현재 최소 4개주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 수니파의 행보는 초미의 관심사다. 만약 시아파가 선거의 압승을 내세워 수니파를 배제한 채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든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연방 분할을 시도할 경우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수 있6다.

시아파의 부상을 불안해 하는 인근 수니파 국가들의 외풍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선거가 성공이냐 실패냐에 대한 평가는 유보될 수 밖에 없다. 앞으로 정국을 주도할 시아파, 그리고 소수파로 전락한 수니파의 관계가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이라크의 운명이 극명하게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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