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시아 최대 매물’로 꼽히는 소주업체 진로를 인수하기 위한 전쟁이 시작됐다. 업체들이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진로가 소주 시장의 55.3%를 점유하고 있어 인수 시 주류 업계를 평정할 수 있는데다 매달 영업 이익이 200억원 가까이 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기 때문이다. 한류 열풍 등을 감안하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가능성과 성장 잠재력도 크다. 때문에 인수가는 1조9,000억~ 2조5,000억원으로 점쳐지고 있다.
진로의 매각 주간사인 메릴린치 증권은 31일 ‘정리회사 ㈜진로 M&A 시행 공고’를 냈다. 2월14일 인수 의향서 접수를 마감한 뒤 예비실사를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4월30일까지 계약을 마무리한다는 게 내부 방침이다.
진로 인수전에 뛰어 들 기업으로는 대한전선, 두산, 롯데, 하이트맥주, CJ 등의 국내파와 뉴브리지캐피탈, 아사히, 얼라이드 도멕 등의 해외파가 거론되고 있다. 가장 절실하게 진로인수를 원하는 곳은 두산이다. 수도권 지역만 본다면 진로의 ‘참이슬’은 93%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나머지 7%를 두산의 ‘산’ 소주가 차지하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인수 이외에는 소주 시장에서 1위를 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두산은 OB맥주 시절을 포함, 50년 이상 주류 사업에 몸 담아 온 노하우를 강조하고 있다. 술병과 병뚜껑을 만드는 자회사를 갖고 있고 기존 영업망을 감안할 때 인수의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크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다만 경쟁 업체에 인수되는 것을 반대하는 진로 내부 반발이 심한데다 독과점 문제, 자금난 등이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CJ가 가장 유력한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잇따른 자산 매각을 통해 자체적인 자금력을 확보한 데다가 소주 사업을 하고 있지 않아 독과점 시비도 비켜갈 수 있다. CJ 관계자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떠?D 글로벌 차원에서 봐도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밝혔다. 사업 영역을 주류까지 확대하는 한편 수출까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룹이 또 한번 도약하는 계기가 된다는 얘기다.
하이트맥주도 무시할 수 없다. 이미 하이트소주를 매각해 진로를 인수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독과점 문제를 없앴다. 하이트맥주는 특히 "일본 맥주 업체들이 진로 인수 컨소시엄으로 참가해 나중에 우리 맥주 시장까지 넘볼 수 있다"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진로를 단순히 소주 시장만 놓고 봐선 안 된다고 얘기하는 배경이다.
롯데는 신격호 회장의 동생 신준호 롯데햄·우유 부회장이 지난해 소주업체인 대선주조를 인수한 만큼 현실적으로 인수전에 참여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쟁업체들은 일종의 연막전으로 보고 있다. 4,000억원대의 진로 채권을 갖고 있는 대한전선은 가장 적극적인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매각 가격을 올려 채권 회수를 높이려는 전술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얼라이드 도멕, 아사히, 뉴브리지캐피탈 등은 다른 국내 업체와의 컨소시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진로 인수전은 결국 자금력이 승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그러나 인수가가 너무 높을 경우 정작 인수 후 투자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점에서 인수가가 높은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닐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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