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개혁이나 대학교육의 내실화 얘기가 나온 것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그만큼 오랫동안 우리 대학교육에 문제가 있어왔다는 뜻이다. 대학이 이대로 가다가는 국가 경쟁력 추락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미래는 없다.
참여정부는 장기간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최근 과학기술혁신 체계를 구축하고 과학자들이 미래 산업을 이끌어 주길 기대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1월6일 과학기술인과 함께 한 자리에서 이공계 대학이 충실해야 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박사급 과학자중 75% 이상이 대학에 있으므로 교수나 이공계 학생들이 역할을 해주어야 경제가 살아날 수 있음은 지극히 당연하다.
대부분의 대학교수는 열심히 연구하고 학생을 잘 가르치고 있고, 학생은 열심히 공부하고 엄정한 평가를 거쳐 학점을 받는다. 그러나 그렇지 않는 경우도 많다. 심도 있는 연구보다는 총ㆍ학장 선거에 합류하여 보직 한자리를 얻겠다고 학교를 이리저리 방황하는 교수가 있는가 하면, 그나마 연구에 몰두하는 교수마저 온갖 방법으로 선거 판에 끌어들인다.
교수는 학생들이 졸업 후 일자리 없이 거리를 방황하고 있는데 대해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학생들의 능력 부족 탓으로 돌리는 교수들도 종종 있으나 이는 교수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겸허하게 스스로의 학문적 위치나 능력부터 돌아봐야 한다.
대학에 연구비나 학생실습기자재비가 지원되면 한바탕 전쟁이 벌어진다. 서로 더 가져가기 위해 상대방을 공격하고 방어한다. 선거로 당선된 총ㆍ학장은 방관자가 되거나, 마지못해 머릿수로 나눠 분배하는 방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그러니 경쟁이 발을 못 붙이고 하향 평준화하는 현상은 당연한 것이다.
학생은 또 어떤가. 고교까지는 열심히 공부하다가도 대학에만 들어오면 동아리 활동에다 MT, 아르바이트, 데이트, 교수나 학생사정으로 인한 휴강, 그리고 여기에 6개월 가까운 방학으로 공부와 거리가 먼 대학생활을 보낸다.
심지어 교재도 없이 대학생활을 하는 학생들도 있다. 어쩌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도 전공보다는 취업공부에 치중한다. 과연 이런 학생들을 어느 기업에서 데려 가겠는가. 대학 졸업생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는 기업의 불만은 이유가 있다.
참여정부는 국가기술혁신체계(NIS)와 지방기술혁신체계(RIS)를 도입하여 과학기술로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키고자 하고 있다. 대학들도 대학혁신체계(University nnovation SystemㆍUIS)를 구축하여 실천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우리 대학의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므로 정부는 최소한의 기본 환경을 먼저 갖춰 주고 경쟁을 유도 하여야 한다. 미국의 유명한 사학 MIT도 국가로부터 상당한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국제적으로 무한경쟁시대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 대학만이 하향평준화의 어리석음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열심히 연구하고 교육하는 교수와 그렇지 못한 교수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어야 한다.
잘 하는 대학과 학과들은 확실하게 지원하고 그렇지 못한 학교 학과는 과감히 퇴출하는 대학개혁이 필요하다. 학사관리도 엄격히 해서 공부를 소홀히 하는 학생은 가차없이 낙제시켜 대학이 공부하는 곳임을 확실하게 인식시켜야 한다.
대학부터 변해야 나라가 산다.
김남균 전북대 생체정보공학부 교수·한국과학재단 전문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