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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양안(兩岸)교류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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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양안(兩岸)교류의 지혜

입력
2005.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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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대만(臺灣)의 대륙 탐친(探親)관광 열기를 취재한 적이 있다. 중국 본토의 일가친척을 찾는 여행을 양쪽 정부가 허용, 이산가족도 찾아보고 그리던 고향산천도 둘러보는 대륙관광 붐이 일었다.

타이베이(臺北)의 여행사마다 탐친관광 포스터가 어지럽게 나붙은 가운데, 양쪽 정부는 대륙관광을 적극 지원하면서도 정치적 의미는 낮추고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이른바 양안(兩岸) 인적교류에 안팎의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 정부와 재계 지도자들이 하나같이 중화(中華) 경제권 형성을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중국과 대만은 공식적 적대관계를 한치도 허물지 않았다. 대만은 아직도 중국을 공비(共匪)지역으로 부르고, 중국은 대만을 언젠가 평정할 반란지역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당시 취재에서 나름대로 느낀 것은 중국인들은 역시 자신들의 문제를 어떤 외부세력보다 길고 넓은 안목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역사적으로 중앙과 변방의 변화무쌍한 적대와 복속 관계에 익숙한 때문인지, 명분과 현실을 조화시키는 타협을 최선의 방책으로 삼고 있는 듯 했다. 궁극적 지향점도 그 언저리에 있고, 따라서 외부세계보다 오히려 느긋할 수 있는 듯 했다.

■16년 세월이 흐른 지금, 양안 관계는 각박한 것으로 비친다. 대만 토착세력에 기반한 집권 민진당이 심심하면 독립을 외쳐 중국을 자극하고, 미국의 새로운 포위전략을 의식한 중국은 언제든 무력통일을 감행할 듯한 제스처로 정치적 파고를 높인다.

그러나 어느 순간 파격적으로 진전된 교류를 이뤄, 파국을 주제로 가상 시나리오를 쓰던 외부인들을 머쓱하게 만든다. 올 설 명절 춘제(春節)를 앞두고 중국이 제의한 직항 전세기 운항을 대만이 수용,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3주일동안 직항로가 열린 것도 그런 사례다.

■그 배경은 역시 양안의 경제교류다. 대만의 대륙투자가 1,000억 달러에 이르고 기업활동을 위해 본토에 머무는 대만주민이 100만 명이나 되는 마당에, 양쪽의 어떤 불통(不通)정책도 현실적 편익을 앞설 수 없는 것이다.

이 경제적 유착이 주변세력의 전략구상까지 쓸모없게 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잊을 만 하면 남북 정상회담을 들고 나오는 우리 정치 지도자들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미 퇴색한 정상회담의 상징성에 대단한 집념조차 없이 매달릴게 아니라, 실질적 교류에 힘을 쏟는 것이 현명하고 정직할 것이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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