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이모(당시 46)씨는 부산지역에서 외벽 페인트 작업 도중 갑작스레 휴대폰으로 걸려온 ‘060’ 음성 스팸전화를 받다가 중심을 잃고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이씨의 직장동료 정모(46)씨는 최근 청와대 홈페이지에 이 사고 소식을 알리면서 "높은 곳에서 일할 때 급한 지시사항은 휴대폰으로 전달받고 있는데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060 전화 때문에 이런 사고가 났다"고 정부의 강력한 단속을 촉구했다. 이 사고를 본 뒤 정씨는 근무 중엔 아예 휴대폰을 꺼놓고 작업을 한다. 휴대폰 스팸광고의 무차별 공습이 계속되고 있지만 단속은 하는지, 대책은 있는지 모를 지경이다. 시민들은 매일 걸려오는 스팸전화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냥 신경질만 낼 뿐이다.
이동통신 3사 등에 따르면 지난해 신고된 휴대폰 스팸광고는 재작년 3만여건에 비해 무려 30배나 늘어난 87만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휴대폰 가입자당 하루 평균 1~2통씩 스팸광고를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3,700만명의 가입자들에게 무려 5,000만건 이상의 전화가 매일 울려대는 것으로 추정된다.
060으로 시작되는 휴대폰 스팸광고 가운데 음성메시지는 낯 뜨거운 음란물 광고나 폰팅·채팅광고 등이 대부분이다. 문자메시지의 경우 음란물과 쇼핑관련 바겐세일 안내, 자동차 대리운전 등 다양하다. 최근 060 번호일 경우 전화를 받지 않고 무조건 끊는 가입자들이 늘어나자 광고업자들이 02 등으로 시작하는 일반 전화번호를 앞세워 스팸광고를 보내기도 한다.
회사원 김모(42)씨는 "회의시간이나 잠자리에 들었을 때에도 스팸전화가 걸려오지만 휴대폰을 꺼놓을 수도 없어 정말 난감하다"며 "특히 음란 스팸전화가 어린 자녀들에게도 걸려와 걱정"이라고 말했다.
휴대폰 이용자들의 불편이 가중되자 정보통신부는 17일부터 휴대폰 스팸광고에 대한 집중F 단속에 들어갔다. 그러나 단속이 시작된 지 보름 이상 지났는데도 지금까지 적발 건수는 전무하다. 광고를 보내는 업체 한두 곳을 적발하더라도 전국 2,000여개에 달하는 광고업체들끼리 서로 광고 대상자의 번호 등 각종 정보를 공유하고 있어 스팸광고는 줄어들지 않는다. 단속방법도 이용자 제보에만 의존하는 소극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어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통부 산하 불법스팸대응센터 관계자는 "집중 단속이 시작된 후 이동통신업체 등에 제보된 내용을 중심으로 100여건을 조사하고 있으나 건당 증거를 잡기 위해서는 3개월 정도가 걸리는 등 물리적으로 역부%E족인 측면이 있다"며 "이용자들이 개별적으로 매월 2,000원의 개인 요금을 내고 광고전화를 차단하는 유료 서비스에 가입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털어놓았다. 정부 관계자는 "올 4월부터 휴대폰 스팸광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무작위로 보내지는 광고의 경우 업자에게 최고 3,0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게 했다"며 "자연적으로 스팸광고 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통부의 말대로라면 지금의 집중단속은 엄포에 불과하고 적어도 3월 말까지는 가입자들이 그대로 불편을 감수하든지, 개별적으로 유료 서비스에 가입하라는 것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당분간은 계속 감수해야 한다는 말은 너무 무책임하다"며 "더구나 과태료 부과가 시행되더라도 스팸광고가 자연 감소할지는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불법 광고전화 신고 시 포상금 지급과 업자들에 대한 보다 강력한 처벌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기해기자 shinkh@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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