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역사교사들이 양국 역사를 바로 세우려 만났다. 전국교직원노조 충남지부 소속 역사교사 20명이 최근 일본에 건너가 규슈 쿠마모도현 교직원노조 교사 60여명과 현지에서 양국 역사교과서 분석 세미나를 갖고 31일 귀국했다. 세미나의 한국측 실무를 담당한 충남 예산여고 한성준(42)교사는 "매우 조심스러우면서도
화기 애애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세미나는 상대국의 교과서가 아니라, 서로가 자국 교과서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형태로 진행0됐다. 일본 교사들은 주로 "일본 교과서는 당시 세계사의 흐름 등을 들어 조선 침략을 합리화 하는 등 너무나 왜곡이 심하다. 검토한 5종 교과서 가운데 심한 경우는 일본이 대륙으로 진출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일본이 위험했을 것이므로 조선 침략이 불가피했다는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측 교사들은 "우리 교과서에도 국가주의, 국수주의적 시각이 드러난다. 타국의 한반도 침입은 ‘침략’이라고 표현하고, 한반도에서 타국을 공격하면 ‘진출’이라고 표현하는 것 등이다. 일본은 후진지역으로 묘사돼 계속 한반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서술하는 것?%B? 문화의 상호교류 측면이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일본의 ‘임나일본부’주장과 다를 게 없다"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충남도와 구마모토현은 자매결연 22년째의 각별한 관계. 4년전 구마모토현의 중학교 교과서에서 종군위안부 내용을 삭제하려는 시도가 있자 현민회라는 그쪽 시민단체에서 충남시민단체에 항의 방문을 요청한 뒤로 교사들의 상호방문이 매년 이뤄져 왔다. 한 교사는 "그 동안 만난 일본 교사들도 역사왜곡 문제에 관한 한 우리와 생각이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르면 올 봄부터 일본의 중학교 역사교과서들이 개편됨에 따라 한 교사 등은 이번에 구마모토현 교육위에 일본 자민당과 극우파가 지원하는 후소샤(扶桑社) 발행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도록 요청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이번에 처음 개최한 자국 역사교과서 검토 세미나는 단지 서로를 반성한다는 차원일 뿐입니다. 우리는 나아지고 있는데 일본은 거꾸로 가려는 세력이 힘을 키운다는 점에서 여전히 일본 교과서 왜곡의 위험성은 큽니다."
한씨는 "양국 어린이와 학생들이 왜곡된 역사를 배우며 자란다면 또다시 불행한 역사가 재현될 것인 만큼 역사교과서 문제는 가볍게 다룰 일이 아니다"라며 "현재의 일본 사회 분위기로 볼 때 아마도 올 여름쯤 다시 한번 일본 교사들의 지원요청이 올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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