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나 추석 명절을 제외하고는 일반의 관심 밖에 있는 우리옷, 한복. ‘거추장스럽다’‘입을 일이 거의 없다’ ‘몸짱시대 패션을 반영하지 못한다’ 등 한복을 외면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러나 민족을 대표하는 전통복을 단지 기능적인 이유로 외면하는 것이 온당할까. 설을 앞두고 한복문화의 근본적 재검토를 주장하는 두 명의 디자이너 정구호, 김영석씨가 자리를 같이 했다. 김씨는 현재 가장 활약이 두드러진 한복인으로 ‘전통한복 김영석’을 이끌고%D있다. 정씨는 여성복 ‘구호’ 지휘하고있으며 한복의 현대적 해석을 보여준 영화 ‘스캔들’의 아트디렉터로도 주목받았다.
◆ 정구호 = 한복이 거추장스럽다지만 저는 한복은 거추장스러운 게 맞다고 봐요. 옷이란 용도가 있는 건데 한복은 활동을 위한 옷이 아니라 격식을 위한 옷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한복입기를 일상화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꼭 전통복을 입어야 할 때가 있는 것이고 그때 제대로 입는 것이 중요하죠.
◆ 김영석 = 동감입니다. 한복은 점잖고 우아한 옷입니다. 문양이 화려한 일본 기모노나 중국의 청삼에 비하면 너무하다 싶을 만큼 디자인이 단조롭지요. 그래서 예쁘게 입기 참 어려운 옷이기도 합니다. 물론 고려시대엔 아주 장식적인 옷도 있었지만 보통 ‘한복’하면 조선시대 옷을 의미하잖아요. 그럼 조선시대의 머리장식과 신발, 몸가짐으로 옷을 입어야 하는데 구두에 퍼머머리하고 입으니 어색할 수 밖에요.
정 한복 제대로 입기는 전통문화의 계승과도 맞닿아있어요. 언젠가 제가 기모노 입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옷을 입혀주는 사람이 따로 있더군요. 기모노는 옷 입기에만 약식으로 하면 1시간, 정식은 3시간이 걸려요. 일본인들이 기모노라는 전통문화를 누대에 걸쳐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꾸준히 옷의 디테일과 격식을 켜켜이 덧붙여가며 정교한 의식행위처럼 빚어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김 그런 의미에서 사실 한복인들의 반성이 절실한 시점이예요. 고급 맞춤점부터 동대문 포목점에 이르기까지 한복점은 엄청나게 많지만 장사하기 바빴지 한복의 전통미를 되살리는 건 관심밖이었거든요. 1980년대 중반엔 한복에 태극문양을 찍어서 패션쇼를 한 디자이너들도 있었어요. 전통의 현대화치고는 참 무책임하고 조잡한거죠.
정 90년대에 갑자기 붐을 일으켰던 개량한복도 마찬가지예요. 한복입고 일하자는 이야기인데 조선시대도 아니고 왜 편한 트레이?%D留? 놔두고 굳이 한복입고 일하나요? 다양한 시도는 좋지만 전통문화를 고급스럽게 포장하고 가꾸는 노력이 더 필요했던 것 아닌가 싶어요. 정말 좋은 한복 한 벌 장만해 평생 입고 후대에 물려준다는 자세도 필요하구요.
김 그럼 한복장사 다 망하게요, 하하.
정 문제는 한복입기를 일상화할 필요는 없어도 한복을 입는 특정한 때와 날은 있어야 하는데 요즘은 명절에도 한복을 안입어요. 한복은 나이 든 사람들이나 입는다는 편견이 어느새 고착된 거예요.
김 이건 어느 정도는 국가 차원의 캠페인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일본만해도 성년식 때 모든 젊은이들이 기모노를 입잖D아요. 성년식이나 졸업식, 명절, 어버이 날 등엔 한복을 입자고 캠페인을 벌여볼 만 해요.
정 저도 일본에 갔을 때 거리의 젊은이들이 성년식에 참석한다고 모두 기모노를 입은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어요. 게다가 그날 밤 나이트클럽에 갔는데 얘들이 기모노 차림 그대로 거기서 놀고있는 거예요. 그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고 오히려 굉장히 세련돼보여요. 한복도 연령을 %초월해 사랑 받을 수 있는 근본적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 아닌가 싶어요.
김 노사모가 한복입고 모이기 한번 하면 될텐데. 하하, 농담이구요, 요즘 한복은 서민에겐 사치품이고 상류층에겐 여흥처럼 되어있는데 이런 편견의 벽을 깨는 게 시급해요. 문화수준이 높아질수록 다양성의 가치를 인정해야하는데 우리는 대중화, 평준화에 대한 강박이 심해서 한복도 자꾸 일상복 차원으로 끌어내리려 하거든요.
정 맞아요. 개량한복의 탄생이 한복의 발전은 아닌 것과 같은 이치죠. 사실 어느 나라도 전통복식을 단출한 서민복에서 찾지는 않아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한복 대여%B시장이 좀 더 활성화해야 한다고 봐요. 전통복의 섬세한 미를 일반인들이 맛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거죠. 일본 기모노도 90%이상 대여해 입잖아요.
김 관건은 ‘대여한복이 어느 정도까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느냐’겠지요.
정 대여점의 수준이 더 높아지고 다양해져야 해요. 사실 웨딩드레스도 거의 대여시장인데 유명 디자이너나 브랜드 제품은 한번 빌리는데 수백만원이 넘잖아요.
김 한복디자이너로서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한 부분 같아요. 어찌 됐든 한복이 외면 받는 분위기를 없애기위해선 한복을 수준높은 전통문화로 받아들이고 향유하려는 인식의 확산이 필요?7? 시대인 것은 분명하죠. 다음 해 설에는 달라진 한복의 위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 "일상복 아닌 격식의 名品 좀 거추장스러운건 당연"
◆ 액세서리 활용 크게 늘듯
올해 한복은 자수나 수묵화 등 지난해 유행했던 장식성이 사라지면서 색감과 원단의 질감만으로 은근하고 고급스러운 우아함을 자랑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석씨는 "경사스러운 날 입는 옷인 만큼 갈수록 색상은 화사해지는 추세"라고 말한다. "덧붙여 원단의 질감과 무늬로 화려함을 배가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복디자이너 박술녀씨는 "어E느때 보다 한복 액세서리의 활용도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한다. 저고리에 덧입는 털배자, 머리에 쓰는 남바위와 조바위, 겨울철 나들이에 더욱 유용하며 멋스러운 팔부위 방한용품 털토시와 토수 등이 올해 애용될 아이템들. 액세서리는 자칫 밋밋하기 쉬운 한복차림에 장식성을 배가시키는 요소로 주목받는다.
·한복은 어디서 맞추느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시간이 급하거나 맞출 여유가 안되는 사람들은 대여점을 이용할 만하다. 대여점 한복은 품질은 크게 기대하기 어렵지만 싼값에 최신 유행한복을 골라 입는 장점이 있다. 남녀 한복이 5만~18만원, 두루마기2는 3만원부터, 비녀나 노리개, 머리장신구 등은 2만~3만원대부터도 대여할 수 있다. 통상 대여기간은 2박 3일, 지방고객에겐 택배로 보내준다. 인터넷 검색창에 ‘한복대여’라고 치면 수백개의 대여점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
이성희기자
◆ 대표적인 한복대여점
한복미인 ······················(031)718-6486
기쁜날한복 ···················(032)441-1560
조은한복 ······················(053)653-8459
시집가는날 ···················(062)366-5714
예가방 ·····%···················(051)647-0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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