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팬에게 정말 희소식이다. 오늘날 사진미술의 힘을 보여주는 안드레아스 거스키(50)와 토머스 스트루스(51)의 2인전을 갤러리현대가 2월 2일부터 25일까지 연다.
거스키와 스트루스는 현대 사진미술을 얘기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이들이다. 둘은 토머스 루프(47)와 더불어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에서 베른트·힐라 베허 부부에게 사진을 배운 이른바 ‘베허 군단’의 선두주자이자 1990년대 이후 독일 사진의 르네상스를 견인하는 대표 작가. 80년대 후반부터 세계 미술시장5에 얼굴을 내밀어 이미 미국 뉴욕현대미술관(거스키) 메트로폴리탄(스트루스) 같은 유수의 미술관에도 입성했다. 그들의 작품은 현재 수억 원을 호가하는데 그나마 발표하는 작품마다 미술관들이 가져가고 있어 구하기도 어렵다.
작품 크기가 사람 키보다 커 전시 작품의 수는 불과 11점. 그러나 전시장에 들어서면 회화보다도 풍부한 색감과 디테일에 일단 눈이 압도당하고 만다.
우선 ‘현대의 시대정신을 대변하는 작가’라는 평을 듣는 거스키. 파격 세일 안내문 아래 음료수 과자 비누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형형색색의 소비재들이 진열장을 채운 대형슈퍼마켓육? 파노라마 형식으로 찍은 ‘99센트Ⅱ’, 천편일률적으로 붉은 유니폼을 입고 대열을 지어 일하는 ‘홍콩증권거래소’나 수많은 군중이 운집한 ‘복싱경기장’에서는 사람과 상품들이 질리도록 반복되며 스펙터클한 화면을 꽉 채운다. 검은 셔츠들을 곱게 개서 디스플레이한 명품브랜드 프라다 매장의 하늘빛 파스텔톤 진열대(‘프라다Ⅲ’)도 나온다.
거스키는 1990년대 후반 이후 카메라 렌즈를 공장, 현대식 아파트건물, 크로스컨트리 등의 스포츠경기, 증권거래소, 명품매장, 심야의 테크노댄스 파티 등으로 돌렸고, 포토샵 등 디지털 사진기술을 써서 원근감 등에 %변형을 가했다. 군중에 매몰된 익명의 개인들과 상품들을 통해 대중사회의 단면과 현대인들의 소비 욕망을 비꼬는 것 같은 작품인데도 친숙하고 매혹적이다.
스트루스는 세계적 명성을 안겨준 ‘미술관 시리즈’를 한국 팬에 처음 선보인다. 미술관 시리즈는 이탈리아 밀라노 두오모성당, 일본 도쿄국립미술관, 독일 베를린 페라가모미술관 등의 미술작품 관람 공간을 치밀하게 구성한 사진. 프랑스 화가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 전시되는 방의 조명 대비 및 폐쇄적 관람 환경을 담은 ‘도쿄국립미술관’에서는 현장의 긴장감이 그대로 전해진다9. ‘밀라노 두오모성당’에서는 맨눈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천장 등 구석진 곳과 벽에 걸린 성화를 지탱하는 와이어까지 잡아냈다. 예술과 미술관, 그림과 관객, 사진과 그림의 충돌에 대한 작가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시리즈다.
호주 데인트리, 중국 윈난성, 일본 야쿠시마, 브라질 열대우림 등 가공되지 않은 자연을 찍은 ‘파라다이스’ 시리즈에선 환경 파괴에 반대하는 작가의 목소리가 분명하게 들린다. 회화를 가르쳐준 스승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가족 사진도 나온다. (02)734-6111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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