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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 할머니 방의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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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 할머니 방의 냄새

입력
2005.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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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방에서는 끊임없이 악취가 났다. 할머니의 잔소리가 싫어서도 아니고, 할머니의 옹색한 차림새가 창피해서도 아니고 오직 악취를 피하겠다는 생각에서 할머니의 방에 들어가기를 꺼렸다. 홀로 독방 신세를 져야 하는 것만도 서글프셨을 터인데, 큰 손자가 당신을 피한다는 생각에 할머니는 더욱 적적하셨음에 틀림없다.

그런 사정을 모를 만큼 철부지도 아닌 터라 가끔 할머니의 손을 한 번 잡아드려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악취는 그런 나의 결의를 번번이 무산시켰다. 그러나 할머니를 찾아?%음척? 시골 노인네들은 어찌나 악취를 잘 참아내는지 저 노인들은 혹시 후각신경이 마비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벌써 십 년 훨씬 더 저쪽의 일이다.

얼마 전 지방으로 여행을 가서 재래식 변소에 들어갔다가 악취에 인상을 찌푸리며, 일곱 가구가 한 집에 세 들어 살던 초등학교 시절을 생각했다. 그때는 도회지의 어린아이들일지라도 재래식 화장실에 의연하게 앉아있을 수 있었다. 농촌에서 어린시절을 보내신 아버지는 두엄냄새, 쇠똥냄새, 밭에 뿌려진 인분냄새에 익숙해서인지 악취를 의연하게 견디시곤 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세대는 예전 세대에 비해8 훨씬 더 악취에 취약하다. 악취를 탈취하는 데 성공한 근대화의 덕분이다.

악취가 나는 방에 한 시간만 앉아 있어보면 인간의 감각 중에서 후각처럼 피로해지기 쉬운 감각도 없다는 말을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악취 속에 있는 사람들은 악취 속에서도 의연하게 일을 하지 않던가. 악취는 피하는 자에게만 고역일 뿐이다. 노인요양소에서 악취 속에서도 의연하게 일을 하는 자원봉사자들을 보면 악취에 다가서는 것이 용기요, 사랑임을 알 수 있다. 악취 속에서도 평화롭게 일하는 그들을 보면 ‘신은 향기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악취 속에서도 존재한다’는 생각이 든다.

김보일 배문고 교사 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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