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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땐 엄마, 저희도 피곤해요"/ 낯선 친척 만남서 아이들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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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땐 엄마, 저희도 피곤해요"/ 낯선 친척 만남서 아이들 ‘스트레스’

입력
2005.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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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윤호(가명·8·서울 관악구 봉천동)는 몇 년 전부터 설이나 추석 등 명절이면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았다. 동갑내기 외사촌누이 때문이다. 동갑이라고는 해도 10개월이상 먼저 태어난 누이는 4, 5세 무렵부터 성장이 빨랐고 활달한 성격 덕에 주위에서 똑똑하다는 칭송이 끊이지않았다. 자연, 명절에 친척들이 모이기만 하면 누이와 비교를 했고 그럴수록 윤호는 위축됐다. "(누이가) 춤추고 노래하면 너도 해봐 그러는 게 제일 싫다"는2 윤호는 특히 엄마마저 "바보야, 바보"라며 핀잔을 주면 혼자 상처를 많이 받았다.

설이면 아이들은 마냥 신바람을 낼 것 같지만 갑작스러운 환경변화에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들도 많다. 특히 핵가족 사회에서 외동아이로 귀하게 자란 아이일수록 모처럼 만난 일가친척과의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느낀다. 아동발달심리연구소 김희영 부소장은 "명절은 취학 전 어린이들에게 대가족제의 장점을 물려줄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면서 "다만 아이들이 새로운 가족을 경험하고 긍정적인 사회성을 키우려면 부모의 세심한 배려와 가족간 명절 예법 등에 대한 사전 지도가 필요하?%D?"고 말한다.

설 연휴를 낯선 일가친척과 보내게 될 아이를 위해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모처럼의 명절이 아이들 비교의 장이 되지않도록 하는 것이다. 김 부소장에 따르면 명절기간 사촌들과 비교당한 것 때문에 주눅들고 감정을 상해서 심리상담을 받으러 오는 아이들이 꽤 된다. 특히 동서간에, 시누이 올케간에 벌어지는 ‘누구는 뭐 했더라’ 식의 비교는 엄마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그 화를 아이에게 푸는 형태로 발전하기 십상. 아이들은 서운한 감정이 있으면 더 엇나가거나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비교하지 말고 아이만의 장점을 북돋고 칭찬하는 노력이 ?7却鄂求?.

1박 2일의 짧은 귀향길이라도 아이들이 평소 애정을 보이는 장난감이나 조그만 담요 등을 챙겨 가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들은 환경변화에 민감해서 낯선 곳에 가면 불안을 느끼고 엄마만 졸졸 따라다니는 퇴행현상을 보인다. 이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나 담요를 쥐어주면 정서적으로 훨씬 안정된다.

시댁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은 사촌들 방에 밀어넣고 부엌으로 들어서는 것도 좋지않다. 아무리 친척이라고 해도 낯선 사람들 사이에 있는 것은 아이의 불안감을 키운다. 부모가 일가친척과 한동안 같이 앉아 안부도 물어가며 화목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여주면 아이도 믿을만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해 마음을 놓게 된다.

설은 또 아이들에게 평소엔 배울 기회가 없었던 전통 예법을 알려줄 좋은 기회다. 예지원 교육부 순남숙 부장은 "차례를 지내고 음식을 나눠먹으며 어른에 대한 예의와 몸가짐 등을 배울 수 있는 기회인 만큼 부모가 충분히 모범을 보일 것"을 주문했다.

순 부장은 특히 "세뱃돈의 단위가 커지는 경향이 있는데 중학생까지는 절대 1만원을 넘기지 말라"고 말한다. ‘동국세식’ 등 세시풍속을 담은 책 어디에도 세배 답례로 돈을 준다는 내용은 없고 단지 다과상을 차려 음식을 대접한다고 돼있다. 돈을 주는 것은 일제 ?0京커? 생긴 풍속. 순 부장은 "설에 어른에게 문안인사를 하는 아름다운 풍속이 마치 돈을 바라고 세배하는 식으로 왜곡되기 십상이므로 세뱃돈과 용돈을 겸사겸사 합쳐서 주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또 어른에게 세배할 때는 절만 할 뿐 ‘건강하세요, 복 많이 받으세요’ 등 덕담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주는 것이라는 점도 명심한다. 어른에게 "아버지 ?0? 받으세요"라며 자리에 앉기를 청하는 것도 옳지않다. 어른이 충분히 준비가 된 뒤 스스로 자리에 앉으실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도리.

순남숙 부장은 "일가친척간의 정확한 호칭을 알려주고 음식상에서 어른이 먼저 수저를 들고 놓을 때까지 기다리는 등 기본 예절을 가르치며 주의를 기울이면 설 연휴는 훌륭한 전통문화 학습기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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