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고 싶은 걸 쉽게 얻고, 또 쉽게 질려 내버리는 세상이라지만, 누구나 마음의 서랍 속에 곱게 간직해둔 물건 한, 두가지쯤은 있게 마련이다. 그런 물건에 얽힌 추억들을 인터뷰와 재연 드라마로 엮어내 잔잔한 감동을 전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28일 밤 11시15분에 방송된 MBC의 ‘특집 아름다운 시절’. 5일에 이어 두번째 방송된 ‘아름다운 시절’은 시청자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내보내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는 드물게 시청률 8.1%(TNS미디어코리아)를 기록했고, 시청자%A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한 KBS2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 이날 첫 방송된 이미숙 전광렬 주연의 SBS ‘사랑공감’ 등 ‘성인용’ 드라마가 장악한 시간대임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다.
28일 방송은 ‘최고의 재담꾼’ 김제동이 문을 열었다. 기나긴 겨울, 꼬마들의 최고 놀잇감이었던 썰매. 그러나 일찍 아버지를 여읜 김제동은 썰매 만들어줄 사람이 없어 늘 구경만 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날 휴가를 내 들른 큰 매형이 손수 만들어준 썰매는 그의 인생에 가장 값진 선물로 남아있다. 탤런트 겸 MC 김원희는 ‘메이커 운동화’를 사기 위해 동생 샌들 살 돈?%0? 일부를 꿀꺽 해가며 돼지저금통에 돈을 모으던 시절을, 가수 태진아는 가난 때문에 중학교 입학을 포기하고 중국집 ‘철가방’을 들고 뛰던 시절을 추억했다.
5일 방송에서는 탤런트 고두심과 가수 비, 만화가 이현세씨의 사연이 소개됐는데, 특히 작고한 어머니가 만들어주던 ‘요술 엿’을 소개한 비의 사연은 재방송 요청이 쇄도했다.
‘아름다운 시절’의 매력은 어찌보면 ‘별 것’ 아닐 수 있는 이야기를 물건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한 편의 동화처럼 맛깔스럽게 풀어낸다는 점. 인터뷰와 드라마를 자연스레 엮어낸 수채화 같은 영상도 오래 잔상을 남긴다. 그러나 자칫 스타들의 뻔한 ‘고생담’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이 흠. 김윤대 PD는 "정규프로그램으로 편성되면 스타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추억도 소개해 공감대를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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