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건너편에 있는 게이트웨이타워(구 벽산빌딩) 뒤 용산구 동자동. 허름한 여관과 반 평짜리 쪽방들이 벌집처럼 늘어선 이곳에 지난해 11월부터 아담한 현대식 건물 한 채가 골격을 드러내고 있다. 공사가 한창인 이 건물은 절망마저 잊어버린 채 서울역 주변을 떠돌고 있는 노숙자들을 위한 보금자리 ‘인정재활복지관’.
이 복지관은 6년 전부터 서울역일대 노숙자들에게 무료급식 지원활동을 해온 인정건설 회장 이종근(63)씨의 작품으로, 노숙자%A들의 쉼터이자 재활교육장소로 활용된다. 일종의 드랍인(Drop-in, 장기간 숙박이 아닌 잠시 거처하는 곳)센터인 이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3층(연면적 91평) 규모로 이·미용실, 세탁실, 취업알선상담실, 식당 등을 갖추게 된다. 현재 교회나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노숙자 쉼터와 드랍인 센터는 서울에만 60여 곳에 이르지만 민간기업이 직접 건물을 세우고 운영키로 한 것은 처음이다.
3월 준공을 앞두고 막바지 점검을 위해 공사 현장에 점퍼를 걸치고 나타난 이 회장의 표정은 무척 밝다. "1년 전부터 서울역인근 가까운 부지를 물색하다 어렵게 찾아냈다"는 그는 "스스로 생명의 존재 가치를 포기해버린 노숙자들을 위해 한 끼의 따뜻한 밥을 제공하고 삶의 희망을 심어주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복지관은 노숙자들에게 지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속감을 심어주기 위해 회원제로 운영된다. 모든 시설에 한해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일단 회원이 되면 취업알선과 자활상담은 물론 다양한 직업교육도 실시할 계획이다.
그가 노숙자 돕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부터. 우연히 서울역을 지나다가 추위에 떨고 있는 사람들에게 담요와 음식을 전달하게 된 게 계기였다.
"그들을 보면서 중학교 1학년때이%C던 1953년 지방에서 상경해 길거리에서 신문을 팔면서 고학하던 시절이 생각났어요."
그 뒤 매달 두 차례씩 서울역에서 직원들을 동원해 노숙자들에게 무료급식을 실시했다. 홍제동 ‘은평 결핵환자 마을’에 연탄과 라면 등 생활필수품을 전달하는가 하면 어려운 이웃이 있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현장으로 달려갔다. 지난해 말에는 동자동 쪽방에서 살고 있는 65세 이상 독거노인 250여명에게 생활필수품을 지원하기도 했다.
건설회사 직원으로 출발한 이 회장은 83년 인정건설을 창업, 현재 연매출 5,000억원에 이르는 탄탄한 중소기업으로 키워낸 입지전적인 인물. 이 회사는 탄탄한 동로 일대 6개 지구에서 주상복합과 아파트 사업을 벌이고 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2년째 적자를 보고 있다"는 그는 "어렵기는 하지만 그래도 노숙자 복지부분만큼은 지속적으로 챙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노숙자 재활프로그램 교육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복지관 공사현장 뒷건물을 매입했고, 복지관 운영 예산도 매년 2억원씩 책정해 놓았다.
순복음교회 장로인 이 회장은 "기독교인이자 기업인으로서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작은 실천을 하고 있을 뿐"이라며 "앞으로도 기회가 생기는 대로 노숙자들과 독거노인들을 위한 시설을 확대 운영하겠다"고 망을 피력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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