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 중인 정동영(사진) 통일부 장관은 30일 "한국은 핵을 포기한 북한과 함께 역사의 무대에 서고 싶다"며 "11월 부산 APEC에 북한이 참여한다면, 많은 정상들이 모인 가운데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를 선언하는 축제의 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11월 이전 북핵 문제를 해결한 뒤 북한 지도부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참석, 세계 무대에 등장하라는 기대이자, 대북 제의로 볼 수 있다.
정 장관은 이날 다보스포럼 폐막총회 연설에서 "APEC 정상회담 이전에 6자회담이 좋은 성과를 축적해서 북핵 문제의 실질적 진전이 이뤄진다면 우리는 탈냉전의 역사적 상상력을 구체화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장관은 29일 독일 베를린 연설에 이어 이날도 북한에 대한 대규모 경제지원을 뜻하는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지원안’을 강조했다. 북핵 문제 해결에 따라 농업과 에너지, 사회간접자본 지원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는 북핵 문제, 남북관계에 대한 정부의 로드맵으로 해석된다. 2~3월을 전후해 6자 회담을 개최, 북핵 문제 해결의 가닥을 잡은 뒤 북미간 타협이 이루어지면, 정부가 대북지원에 나서고 11월 APEC에서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를 선언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 장관의 발언이 ‘APEC 회의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초청하겠다’는 뜻으로 확대 해석되자 당국자는 "정부의 공식 초청이나 그런 차원으로 연결짓지는 말라"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도 현지에서 "아직까지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는 것은 아니며 일단 목표시한을 정하고 낙관적 비전 속에서 노력하자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이 APEC 정상회담에 참석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일단 북한이 APEC 정상회담 회원국이 아니고, APEC이 정식 회원국 외에 따로 옵저뱅幸? 자격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도 다자간 정상회담에 참석한 전례가 없다. 다만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최근 "정식으로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어렵지만 실무위원회 등에 북한이 참석하는 것은 다른 회원국과 협의해볼 수 있다"고 여지를 남긴 정도다.
따라서 정 장관이 북한과의 막후 접촉이나 구체적인 내용을 토대로 이런 입장을 피력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6·15 정상회담 몇 달 전에 북한에 대한 대규모 지원의지를 밝힌 베를린 선언을 했듯이 정 장관도 북한을 견인해 내기 위한 응수타진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정상원기자 orno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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