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밀렵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수도권매립지공사 경비원이 귀가한 후 농약을 마시고 공기총을 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들은 "수사관들이 범죄자처럼 거세게 몰아붙여 심적 중압감을 이기지 못해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며 검찰 조사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28일 오후 3시30분께 인천 서구 백석동 수도권매립지공사장 내에 이곳 경비원 이모(50)씨가 자신의 승합차 뒷좌석에서 숨져 있는 것을 다른 경비원 이모(59)씨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승합차 안에는 빈 농약병과 이씨 소유의 공기총이 발견됐다. 공기총에는 실탄 6발중 4발이 남아 있었다. 이씨의 배와 허벅지 등에는 총상이 있었다. 주변에서 유서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이씨와 동료 등 3명은 공기총 등 밀렵도구를 차에 싣고 23일 수도권매립지 인근을 배회하다 검찰 밀렵사범 단속반에 적발됐다. 이씨 등은 24, 25일 오후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으며, 이씨는 밀렵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26일 오전 5시께 아내 박모(47)씨에게 "내일 다시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하니 회사에 미리 갔다 오겠다"며 집을 나간 뒤 연락이 끊겼다.
유족들은 "검찰의 몰아붙이기식 수사가 자살의 빌미를 제공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아내 박씨는 "남편은 조사 받을 때 검찰 직원 3명이 돌아가면서 자신을 강하게 다그쳤고 마치 범죄자로 취급해 괴로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유족들은 또 "검찰은 이씨를 이틀간 오후 2시~오후 9시30분 7시간 동안 조사했다고 주장하지만 이씨가 검찰 조사를 마치고 집에 전화한 시간은 밤 12시를 휠씬 넘었다"며 "귀가했을 때 이씨의 얼굴은 초췌하고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일단 이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은 뒤 심리적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고민하다 자살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 위해 부검을 의뢰했다.
인천지검은 "밀렵행위를 함께 한 이씨의 동료 2명으로부터 밀렵행위를 자백받고 차량에서 공기총과 죽은 고라니 등 증거물을 확보했다"며 "밀렵행위를 주도한 이씨의 경우 27일 법원에 사전구속영장을 청구, 구인장을 발부받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씨의 강압수사 논란에 대해 "이씨가 혐의를 전면 부인해 담당검사 등이 ‘증거가 있는데 왜 혐의를 부인하느냐’며 묻기는 했지만 폭언이나 강압적 수사는 없었다"며 "이씨에 대한 두차례 조사는 모두 오후 9시30분께 마쳤으며, 이후 이씨가 총포사 사장%5과 만나기 위해 귀가시간이 늦어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인천=송원영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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