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미한 이라크 정세의 향방을 가를 과도 제헌의회 선거가 30일 실시됐다. 미국과 영국 등 점령국과 그 보호아래 있는 임시정부는 사상 첫 민주선거가 정세 안정에 발판이 될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외세의 점령통치와 내란상황에서 치르는 선거의 민주적 정통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정세 안정에도 크게 도움되지 않을 것이란 회의가 더 많다. 파병국인 우리도 냉정하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제헌의회는 대통령과 과도내각을 뽑지만, 주된 임무는 새 헌법을 마련하는 것이다. 점령당국과 임시정부는 %헌법안을 10월15일까지 국민투표에 부쳐 확정하고, 새 헌법에 따른 의회 총선을 다시 실시해 연말까지 완전한 자주정부를 세우는 정치일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의 정통성뿐 아니라 자유·공정성도 부정하는 시각이 많다. 선거 전날 바그다드 미 대사관이 로켓 공격을 받는 등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수니파 지역 전체에서 계엄과 전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민주선거는 애초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수니파 다수가 선거를 거부, 제헌의회는 시아파와 쿠르드 족을 대표하는 데 그칠 운명이다. 이마저 비례대표 275명을 뽑는 선거에 난립한 200여 정당별 후보 7,500명의 리스%C트가 공개되지 않고, 언론까지 통제된 상황에서 선거를 치렀다. 국제 참관단도 요르단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 이라크 인들의 참여를 과장되게 부각시킨 역사적 자유민주선거는 허울뿐이고, 정세 안정과 국민 통합에 이바지하기보다 소외된 수니파의 저항을 한층 거세게 할 것이란 지적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미국은 토착세력의 분할 통치를 통해 실질적 지배를 지속하려는 전략인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이라크 정세의 조기 안정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우리의 이라크 정책도 여기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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