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전쟁기념일인 11월11일에는 지금도 1차 세계대전 경험자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전쟁이 끝난 지 86년이나 지나 생존 경험자는 이제 6명 밖에 남지 않았다. 당시 식민지였던 한국에서는 물론 그 날이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빼빼로데이’는 전쟁과 전혀 상관이 없다) 그러나 2차 대전은 한국에 아주 중요한 시대였다.
2004년 통계에 의하면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75.58년이다. 식민지 시대에 태어나 2차대전 이전에 성장한 이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의미다. 처음 일본에서 한국에 왔을 때 지하철에서 노인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았다.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그분들과는 의사소통이 잘 되어서 과거 식민지 생활에 대한 궁금한 질문을 자주했다.
그 분들은 광복 이후에 태어난 현재 50, 60대와는 일본에 대한 태도가 완전히 달랐다. 2차 대전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은 일본제국의 만행에 대해 많이 얘기하는 편이었다. 반면, 실제로 식민지 시대를 살았던 분들은 일본제국을 비난하기는 해도 당시 알고 지냈던 일본인들, 특히 학교 동창생들과의 개인적 사연도 이야기한다. 직접 경험해본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미묘한 뉘앙스까지 느껴진다.
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다 사라지게 된 뒤에 후세인들이 그 때를 알아보려면 서류라거나 물건 등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그 시대가 아니라 당대 사람들의 눈을 통해서 볼 수 밖에 없다. 그 경우 아무리 객관적으로 잘 보려 해도 자신의 경험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틀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늦기 전에 그분들의 경험을 기록해야 한다. 식민지 시대를 비롯해 해방과 한국전쟁, 박정희 대통령 집권기에 이르기까지. 되도록 빨리 그들의 경험을 녹음하고 기록해 놓아야 20~30년 후 그분들 모두가 사라진 뒤에도 그 시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9. 특히 역사왜곡에 민감한 한국에는 더욱 중요한 일일 것이다. 주변 어떤 나라가 자기 마음대로 역사를 왜곡하려고 해도 한국이 서류나 녹음된 증명이 부족해 제대로 자기입장을 증거할 수 없으면 큰 일이지 않은가.
경험이 풍부한 노인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존경하는 것은 모든 나라에서 중요한 일이다. 오랫동안 어려운 시기를 보냈던 남북한에게는 더욱 중요하다. 60년 후에라도 이라크인들이 현재 미국 지배 하의 삶에 대해 정확히 얘기할 수 있듯이 식민지 시대를 살았던 한국의 노인들도 그 시대를 가장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데이비드 맥클라우드 프리랜서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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