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늘나라에 묻힐 때 병이 낫는다 해도/거기 있는 형들과 누나들과 함께/나는 기뻐할 거예요/그 병을 고치는 방법을 알아내는 데 내 몸도 도움이 됐을 테니/나는 여전히 행복할 거에요.
('만약 내가 낫는다면'에서)
이 시를 쓴 미국의 꼬마 시인 매티 스테파넥은 지난해 여름 열 네 살을 한 달 앞두고 죽었다. 근육에 힘이 빠져 죽음에 이르는 '근육성 이영양증'이 매티의 목숨을 앗아갔다.
날 때부터 이 병을 앓아서 어린시절부터 휠체어와 인공호흡기를 달고 살?%C았고, 매주 한 차례 신장 투석을 받아야 했던 매티. 그러나 그는 끝까지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았다.
미국에서 나온 매티의 시집 다섯 권 중 '하트송으로의 여행'과 ‘희망의 하트송’에서 고른 시 64편을 모은 ‘하트송’에는 매티가 어떤 아이인지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감동적인 시가 많다. 매티가 그린 그림도 들어있다.
‘내 마음은 이렇게 노래해/너를 사랑해! 너를 사랑해!/너 정말 행복하구나!/너는 온 세상을/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구나’(‘하트송’에서)
‘아침이면/자리에서 일어납니다/나는 살아있습니다/나는 숨을 쉽니다/나?%C? 진짜 살아있는 아이입니다/정말 놀랍습니다'(‘아, 놀라워라'에서)
‘매티의 이런 의연함은 쉽게 좌절하고 지치는 사람들을 부끄럽게 한다. 매티는 삶에 대한 감사, 자연의 아름다움, 세계 평화를 비는 마음, 일상의 기쁨과 슬픔을 노래했다. 놀랄 만큼 사색적인 시가 있는가 하면, 어떤 시는 아이다운 천진함으로 빛난다. 죽음의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매티는 절망하지 않았다.
‘내 삶은/깊은 구덩이 속으로 반쯤 내려가 있어요/…제아무리 깊고/넓다고 하더라도/나는 겨우 반밖에 빠지지 않았어요/그렇다면/벌써 반은 빠져나온 셈이죠?’ (‘깊은 구덩이’에서).
오랜 투병으로 머리카락이 다 빠진 사람이 죽으면 머리카락 없는 천사가 될 텐데, 그런 천사를 위해 하나님이 ‘천사표 가발’을 준비하실 거라는 생각(‘천사의 옷’)은 얼마나 귀여운가. 매티는 지금 하늘나라에서 천사표 가발을 쓰고 놀고 있을까.
2000년 여름 어느날, 의사들은 매티가 더 이상 가망 없다는 진단을 내리고 마지막 소원을 물었다. 매티는 세 가지를 말했다. 시집을 펴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남들과 나누는 것, 자신의 영웅인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과 대화하는 것, 시집이 나오면 ‘오프라 윈프리 쇼’에 소개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이었다. 기적처럼 소원은 모두 이뤄졌다. 시집은 불티나게 팔렸고, 매티는 유명해졌다. 오프라 윈프리는 매티를 ‘희망을 가르치는 나의 꼬마 스승’이라고 불렀다.
매티는 책머리에 이런 말을 남겼다. "간절히 희망을 갈구하는 분들, 그 중에서도 어린이들과 그 가족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비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다시 뛰어놀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오미환기자 mhoh@hk.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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