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파크부터 칭마대교까지 홍콩의 명소를 배경으로 촬영한 이 드라마를 통해 홍콩이라는 이름이 한국은 물론 한류 붐이 일고 있는 아시아 전역에 각인되기를기대합니다."
27일 홍콩 하버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SBS 수목드라마 ‘홍콩 익스프레스’(극본 김성희, 연출 조남국)의 제작발표회. 홍콩 촬영 지원은 물론 2억원의 제작비를 댄 홍콩관광진흥청의 그레이스 리 부청장은 "드라마촬영지를 찾아가는 관광 신상품도 만들겠다"고 기대에 부풀어 말했다. 사상 최초로 외국 관광청의 협찬을 받는 ‘신개념 PPL’로 한류 드라마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증명한 셈이다.
‘홍콩익스프레스’는 요즘 유행처럼 번지는 초반 해외 촬영을 스토리 전개에 가장 성공적으로 접목시킨 ‘파리의 연인’의 제작사 캐슬인더스카이의 작품이라 더 눈길이 간다. 제작진은 홍콩을 무대로 펼쳐지는 1~3회 촬영을 위해 5일부터 홍콩에 머물고 있다.
2월16일 첫 방송하는 ‘홍콩 익스프레스’는 최인호씨의 소설 ‘불새’를 원작으로 한 정통 멜로물. 미니시리즈로는 드물게 주인공들 평균 연령이 30세를 훌쩍 넘는다. 양아치 인생을 접고 신분상승을 꿈꾸는2 민수 역은 개성파 연기자 조재현(40)이 맡았다. ‘바른 생활 사나이’ 차인표(38)는 그간의 모범생 이미지를 깨고 버젓이 악행을 일삼는 재벌 2세 강혁 역에 도전한다.
민수가 교통사고로 사람을 죽인 강혁 대신 감옥에 가면서 서로의 인생에 얽혀 든 두 남자는 한 여자(송윤아)를 놓고 경쟁하게 된다. 초고층 빌딩과 허물어져가는 빈민가, 동양과 서양이 혼재한 가운데 묘한 열기로 들떠있는 공간 홍콩에서 출발한 ‘욕망의 전차’는 세 남녀를 태우고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연극 ‘에쿠우스’ 출연 후 10개월간 쉬었던 조재현은 "휴대폰 벨소리나 팔아먹으려고 음악만 잔뜩 집어넣는그런 허무맹랑한 드라마가 아니다. 나는 진짜 밑바닥 인생 같고 차인표는 진짜 재벌 2세 같지 않냐?"고 자신만만해 했다. "교통사고를 통해 신분이 뒤바뀌는 점이나, 근래 보기 드문 정통 드라마라는 점에 끌렸다"는 그는 영화 ‘목포는 항구다’에서 호흡을 맞춘 차인표를 상대역으로 강력 추천해 성사시켰다.
"강혁역을 맡은 뒤 허리를 뻣뻣하게 세워서 걷게 되고, 분위기도 무서워졌다"는 차인표는 짧게 깎은 머리에 무스를 발라 붙이고 콧수염을 기른 낯선 모습으로 나타났다.
"처음엔 안 하겠다고 했어요. 재현이 형이 ‘송강호, 최민식 선배가 나온다면 50%?%C? 먹고 들어가는데 차인표라는 브랜드는 연기력 때문에 50% 깎고 들어간다. 너는 왜 만날 주인공에 정의로운 역할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냐’고 묻더군요." 늘 연기력 부족이라는 비판에 시달려왔고 "‘영웅시대’를 통해 연기생활 11년 만에 처음으로 시청률 참패를 경험하며 반성하고 있던" 그의 폐부를 찌른 한마디였다. "결혼 잘 했고 수입도 남부럽지 않아 잘 살고 있지만 연기자로는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어요. 이번엔 정말 제대로 된 연기자란 소리를 듣고 싶어요."
그의 바람이 이뤄지느냐는 홍콩을 통째로 PPL 대상으로 삼은, ‘홍콩 익스프레스’의 성패를 가르는 또 다른 가늠자가 될 것이다.
홍콩=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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