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클로퍼라는 출판업자 때문에 미국 출판계가 시끌벅적하다.
26일 AP 통신이 ‘신참 출판업자 관심 집중’이라는 제목으로 그의 성공 스토리를 크게 보도하기까지 1월 들어서만 여러 신문이 ‘신개념 출판업자인가 사기꾼인가?’ ‘지지자와 비평가들, 성공 논쟁’ ‘작가한테 축복인가?’ 등등의 제목으로 관심을 집중시켰다.
클로퍼는 원래 인터넷 웹 마케팅 컨설턴트였다. 그러나 평소 책에 관심이 많아 2권이나 썼건만 출판하지 못했다. 에이전트를 구하자니 돈이 들었고 기존 출판사의 장벽은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만만한 출판사들은 저자가 출판비를 대는 조건으로 책을 내 주지만 그럴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1999년 당시 만난 사람이 윌렘 메이너스였다. 메이너스는 컨설팅 고객으로 당시 에리카 하우스라는 출판사의 주인이었다. 둘은 배짱이 맞아 새로운 출판 사업 아이디어를 냈다.
책은 내고 싶은데 원고를 받아 줄 출판사를 구하지 못한 신인 작가들을 대상으로 책을 내 주는 것이었다. 미국에서는 전통 있는 출판사의 벽은 아주 높은 반면 많은 경우 자비 출판 방식이다. 둘은 편집과 광고, 판촉 등 모든 %B기능을 공짜로 제공함으로써 신인들에게 매력을 제공했다.
출판사 이름도 ‘퍼블리시아메리카(출판미국)’로 바꾸고 둘이 공동대표를 맡았다. 신인 작가 책을 내 봤자 몇 부 팔리겠는가마는 많은 종을 내면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돈이 된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이 출판사는 창립 이듬해인 2000년 신간 750종을 발행했는데 4년 만인 작년에는 무려 4,800종을 찍었다. 초급성장이다. 이미 계약을 해서 필자로 등단했거나 계약을 추진 중인 필자만 무려 1만1,000여 명이다. 직원도 70명으로 두 배나 늘고 사무실도 매릴랜드주 프레데릭의 번듯한 빌딩으로 옮겼다.
클로퍼 대표는 느긋한 성%격 그대로 여유만만이다. "돈 한 푼 안 받고 신인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행복합니다. 우리는 구태의연한 출판사가 아니며 고상한 척하지도 않아요.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지요. 우리 출판사 최고 베스트셀러는 역사소설 ‘숙명의 예언’입니다. 벌써 5,200부를 찍었지요."
5,200부가 우습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출판사는 초기비용이 많이 드는 오프셋 인쇄 방식 대신 주문출판(POD·Publish On Demand) 방식을 사용한다. 교정, 인쇄, 제본, 판매, 광고 등 제작의 전 과정을 컴퓨터로 하기 때문에 수준은 좀 떨어지지만 몇 부를 찍든 간에 비용은 훨씬 저렴하다. 한 종에 5,200부를 찍었다면 작년의 경우 4,800종이니까 최고 2,496만 부를 팔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태산이 된 것이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이 출판사에서 책을 낸 H. B. 마커스씨는 AP 통신 인터뷰에서 "작가가 되려는 우리의 꿈을 이루는 데 단 돈 1페니도 요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비난도 많다. 레베카 이스톤씨는 7년간 매달린 ‘옥고’를 이곳에서 냈으나 편집도 무성의하고 판매도 신경 쓰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그래도 클로퍼 대표는 큰소리 떵떵 친다. "출판업계는 앞으로 뒤바뀔 겁니다. 우리에겐 엄청난 작가가 있어요. 작가들은 이제 원고만 열심히 쓰면 됩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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