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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 아이들 고민 스스로 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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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 아이들 고민 스스로 풀게

입력
2005.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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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민의 방/잠옷파티/천사가 된 비키/난 작가가 될 거야

재클린 윌슨 글. 닉 샤렛 그림. 시공주니어.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도 가볍게 풀어내고, 상투적인 결론을 제시하지 않으며 똑똑한 아이들이 나름대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데 어른들은 그저 조금 도와주는 이야기. 바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영국 작가 재클린 윌슨은 그런 아이들의 심리를 잘 묘사한다.

‘고민의 방’은 아이들이 익명으로 자기의 고민을 올리면 같은 반 친구들이 해결방안 적도록 담임 스피드 선생님이 만든 웹사이트다. 작가가 지어낸 여섯 명의 고민과 인터넷 공모에서 당선된 열 두 살 소녀 리사의 슬픈 현실이 독립된 일곱 편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이야기에는 학급 아이들이 등장하므로 서로 연결된다. 아이들의 고민은 부모의 이혼과 아빠의 재혼, 나타샤의 심한 장애와 같이 큰 것에서부터 윌리엄의 억제할 수 없는 식욕과 학업부진, 밤마다 꾸는 악몽, 홀리에게 다가가고 싶은 그렉의 고민 등 소소한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가정폭력에 노출된 리사 만은 익명으로도 자기고민을 털어놓지 못한다. 작가는 인터넷에서 익명성도 한계가 있고, 정말 아픈 이야기는 때로 혼자 품고 있는 편이 더 안전하다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마음을 잘 느끼는 나타샤를 친구로 맺어주어 리사에게도 현실과는 달리 작은 행복을 안겨준다.

무엇 하나 잘 하는 것이 없는 윌리엄을 실수만 하는 마술사로, 완벽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사만사를 그의 도우미로 등장시키고 움직일 수도, 말할 수도 없는 나타샤가 리사와 짝을 이루어 노래하는 학예회 장면은 잘 하는 사람만 무대에 오른다는 고정관념을 유쾌하게 깬다.

‘잠옷파티’는 다섯 명의 여자아이들 간의 우정과 갈등을 그린다. 전학 간 학교에서 이미 결성된 네 명의 친구들 사이에 끼여든 데이지, 친구들은 생일날 집집마다 돌아가며 잠옷파티를 하기로 하는데 데이지는 망설인다. 장애인 언니 때문이다. 장애인을 둔 가족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고 독점욕이 강한 클로에와 데이지간의 알력과 나머지 세 친구의 관계변화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천사가 된 비키’는 교통사고로 죽은 친구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그렸다. 제이드와 비키의 우정은 지배당하고 지배하는 관계였다. 그날의 교통사고도 굳이 제 마음대로 하려는 비키에게 화가 난 제이드가 밀치는 차도에 떨어져 일어난 것이다. 평소의 관계와 죄책감으로 비키를 떨쳐버리지 못하는 제이드의 감정을 매우 실감나게 표현한다.

그 외에도 고아원 아이들의 내면을 그린 ‘난 작가가 될 거야’ 등 모두 8편이 번역되었다. 아이들이 만나는 문제상황을 실감나게 그리면서 조금씩 행복하게 끝나는 이야기들, 작가의 경쾌한 문장을 따라 가다보면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바탕이 자랄 것이다. 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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