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현장 대의원선거에서도 조합원들이 후보에게 ‘당신이 당선되면 나 근골격계 산재 되도록 해줄 거냐’며 표를 흥정하고, 사택 조기입주와 조·반장 승진까지 부탁한다. 대의원들은 조합원들의 사적 이해관계 해결을 위해 부당한 방법을 동원하는데 (노조 내부에) 그런 행위가 도덕적으로 부당하고,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드물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채용비리로 노조의 도덕성이 질타의 대상이 된 가운데 국내 최대 %B노조인 현대자동차 노조 부위원장(1999~2001년)을 지낸 하부영(44)씨가 대기업 노조와 조합원의 도덕적 타락상을 비판하면서 견제·감시장치의 마련을 촉구하는 글을 기고해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씨는 현재 현대차 울산공장 차체1부 생산직 대리로 근무 중이다.
하씨는 ‘월간 노동사회’ 2월호에 기고한 ‘노동운동 환골탈태의 기회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노동운동 선배들이 경고음을 울렸는데도 자정할 수 없었던 노동운동의 메커니즘이 오늘의 사태를 만들었다"며 "이번 사태를 도덕성을 재무장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씨는 또 "현장에서도 기준과 원칙이 무시되는 도덕 불감증이 만연해 있음을 지적하는 사람이 많이 있지만 돌아오는 것은 냉소뿐"이라며 "이미 여러 노조에서 부정부패와 타락의 문제가 불거졌으나 미봉책으로 묻어두었을 뿐 심도 있게 분석하고 조사해 칼을 대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 "특혜와 특권이 있다면 다 반납하고 87년 절박했던 그 심정, 인간답게 살자고 외쳤던 그 초심으로 돌아가야 위기와 고립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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