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저의 승리가 아니라 상식과 정의의 편에서 싸운 학생과 교수님들의 승리입니다."
재임용 탈락 후 7년째 복직투쟁을 벌여 온 김민수(44) 전 서울대 미대 조교수. 487일간 서울대 대학본부 앞에서 천막농성을 해 온 것으로 유명한 그가 28일 교수로 복직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서울고법 특별4부(김능환 부장판사)는 28일 연구실적 미달을 이유로 재임용에서 탈락한 김 전 교수가 서울대 총장을 상대로 제기한 교수재임용 거부처분 취소소송 파기 환송심에서 원?%8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대학이 연구실적물 심사대상을 선정하는 방법에 잘못이 있다고 보여지는 상황에서 피고가 원고를 재임용하지 않은 것은 재량권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며 "원고가 3차례에 걸쳐 제출한 연구실적물 8편 가운데 2편이 기준을 넘어 원고는 재임용 기준을 통과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재임용 심사위원 선정이 불공정했고 평가내용이 비학문적·비합리적이었다는 원고 주장은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재판에 앞서 "판결은 재임용 심사를 다시 실시하라는 것이지만 김 교수가 겪어 온 어려움 등을 감안해 바로 복직시키겠다"고 밝혀 김 전 교수는 큰 어려움 없이 복직할 전망이다. 서울대는 29일 상고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1994년부터 서울대 산업디자인과 조교수로 재직했던 김 전 교수는 98년 8월 서울대 교수 재임용에서 대상자 49명 중 유일하게 탈락하면서 7년에 걸친 법정투쟁을 시작했다. 대학측은 "연구논문이 기준을 넘지 못했다"고 재임용 탈락의 이유를 들었지만 김 전 교수는 96년 자신이 발표한 한 논문에서 미술계 원로들의 친일행적을 언급한 것이 탈락의 원인이라며 반발,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김진균(사회) 안병직(경제) 장회익D(물리) 교수 등 27명의 동료 교수들도 복직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학생들과 함께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후 그는 1심에서는 승소했으나 2심에서 "계약기간 만료에 따른 재임용 탈락은 행정소송대상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원고청구 각하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4월 상고심에서 "교수 재임용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된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고 이날 다시 승소한 것이다.
김 전 교수는 탈락의 부당성을 호소하며 2003년 9월부터 자신의 뜻에 동조하는 학생들과 함께 무기한 천막농성을 벌여 왔으며, 비공식 ‘무학점 강의’도 강행해 왔다.
김 전 교수는 선고 후 "재임용 문제로 인생의 귀중한 시간을 빼앗기고 명예도 심각하게 훼손된 것은 서울대 미대 교수들의 패거리 문화 때문"이라며 "내게 정신적 살인행위를 한 그들을 고발하는 의미에서 오늘 승소에도 불구하고 최종 원직 복직 때까지 천막농성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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