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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현장] KAIST ‘러플린 구상’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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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현장] KAIST ‘러플린 구상’ 논란

입력
2005.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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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러플린 총장의 ‘사립화’ 구상으로 촉발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사태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학교 구성원들이 러플린 총장의 구상에 거세게 반발하고 과학기술부도 반대 입장을 밝히자 러플린 총장은 사퇴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배수진을 쳤다. 일각에서는 총장과 일부 교수, 언론이 너무 앞서가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러플린 구상’ 국내 첫 노벨상 수상자 총장인 러플린 총장은 지난해 7월 카이스트는 물론 국내 이공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란 기껜釉? 한 몸에 받으며 취임했다. ‘과학기술계의 히딩크’란 별명까지 얻은 그는 5개월의 장고 끝에 지난달 드디어 카이스트 개혁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그의 ‘사립 종합대학화’ 구상은 학교 안팎에 메가톤급 총격을 주며 즉각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러플린 총장의 개혁안에는 등록금 연간 600만원으로 인상, 정원 2만명으로 증원, 학부에 의대·법대·경영대학원(MBA) 예비반 신설 등이 포함됐다.

러플린 총장은 "카이스트를 미국 MIT(메사추세츠공대)와 같은 세계적 대학으로 발전시키려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데 현재의 정부 지원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결국 시장에서 돈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과기부가 사립화에 반대한다면 획기적인 재정지원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이스트의 연간 재정 규모는 1991년 5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2,600억원으로 10여년 만에 5배나 증가했다. 그러나 정부 지원은 91년 400억원에서 지난해 800억원으로 2배 증가하는데 그쳤다. 따라서 카이스트 재정에서 정부 지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91년 80% 수준에서 해마다 크게 줄어 지난해에는 30% 수준에 그쳤다. 카이스트의 재정 규모는 16억5,800만달러인 MIT(학생수 1만명)의 13.7%에 불과하다.

카이스트 이사를 역임한 정부 고위관계자도 "%현재의 정부 지원 수준으로 카이스트는 국내 일류대학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세계 일류 대학으로 도약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발 하지만 러플린 총장의 개혁안에 대한 학교 구성원들의 반발은 개혁안의 충격만큼이나 거세다. 전기 및 전자공학 전공 교수 48명은 11일 "의대·법대 예비반을 만들겠다는 총장의 구상은 ‘이공계 연구중심 대학’이라는 카이스트의 정체성을 포기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연판장에 반대 서명을 해 총장에게 전달했다.

더구나 러플린 총장 영입의 실무자였던 박오옥 기획처장이 13일 러플린 구상에 반발, 보직을 사퇴했였?. 그는 전체 교수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총장이 카이스트를 세계적인 연구중심 대학으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저버렸다"고 비난하고 "러플린 총장은 자신의 구상을 포기하든지 아니면 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총장의 거취에 대해 언급해 파문을 일으켰다.

카이스트의 한 교수는 "러플린 구상과 정반대로 포항공대 수준으로 학생 수를 줄이거나 정부 지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재정 문제를 풀 수 있지 않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학생들도 러플린 구상에 대한 반대 의견이 압도적이다. ‘카이스트신문’이 최근 학부생과 대학원생 3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9.7%?%A? 대학원 중심의 현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학생수를 2만명으로 늘리는 것에 대해서도 90% 이상이 반대했고, 등록금 인상에도 73.2%가 반대했다. 의대·법대 예비반 신설에도 반대의견이 더 많았다. 하지만 재정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에 의존해야 한다는 의견은 15.1%에 불과했고 대부분이 점진적으로 정부 지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그 동안 말을 아끼던 과학기술부도 러플린 총장의 구상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조청원 과기부 과학기술기반국장은 24일 열린 카이스트 정기이사회에서 러플린 총장에게 "학교를 현 ‘한국과학기술원법’ 정신에 따라 연구·대학원 중심 체제로 발전시켜 나갈 것"을 권고했다.

전망 학내외의 반발로 사면초가에 몰린 러플린 총장은 26일 처음으로 "나의 비전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총장직을 그만둘 수밖에 없다"며 사퇴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를 놓고 학교 안팎에서는 "진짜 사퇴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과 "배수진을 치고 힘겨루기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러플린 %C총장은 당초 "개혁과 변화에는 반발이 따른다. 반대 여론에 개의치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으나, 최근에는 "사립화는 학교가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는 의미"라며 "구성원들과의 토론을 거쳐 최종안이 나오면 내 생각과 다르더라도 승복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해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도 보여왔다.

이에 대해 카이스트 관계자는 "노벨상 수상자를 총장으로 영입해놓고 불과 6개월만에 중도하차시킨다면 국제적으로도 망신"이라며 "총장과 학교 구성원 모두 마음을 열고 발전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이스트는 러플린 구상 발표 이후4 평교수 20명으로‘카이스트 비전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총장과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외국의 사례 등을 연구해 2월말까지 세부적인 개혁안을 마련, 3월 이사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비단 카이스트만의 고민이 아닌, 한국 대학교육의 상징적 고민이 담긴 카이스트 개혁 논란의 종착지가 어디가 될지 주목된다.

대전=전성우기자 swchu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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