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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실용’의 에러

입력
2005.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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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월 민정 민주 공화의 3당 통합 선언은 세상을 놀라게 한 폭음이었다. 황금분할로 일컬어지던 13대 국회의 4당체제가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꽃피울 것이라는 초기 기대가 1년 만에 실패로 돌아갔음을 선언하는 것이자, 권력장악과 유지를 위한 정파간 담합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민정당 세력이 대통령 선거로는 권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내각제의 꿈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면, 김영삼의 민주당은 평민당에 뒤지는 제2 야당의 위상을 일거에 뒤집고 집권 세력으로의 도약을 계획하고 있었고, %B김종필의 공화당은 군소정당의 지위를 벗어나 권력에 편승할 수 있다는 이해가 일치한 결과였다. 당시 지식인 출신의 한 민정당 의원은 "3당 통합은 공산당 보다도 나쁜 짓"이라고 격분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는 너무도 노골적이고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지적한 말이었다.

민주당의 통합 거부파는 다시 8명의 의원으로 ‘민주당’을 창당했다. ‘꼬마 민주당’으로 불리던 이 신당에는 초선이던 노무현 의원도 그 일원이었고, 당시의 ‘동지’들은 지금 집권세력의 핵심 인맥들이다. 그 이후에도 정치권은 통합과 분열, 연립 등을 계속 이어갔다. 민주당을 뛰쳐나온 현재의 열%린우리당은 가장 최근의 이합집산의 결과이다. 17대 국회에서 적어도 재선이상의 의원들은 이 변동과정을 몸으로 겪고, 생각하고, 선택해 온 현장 사람들이다.

어떤 계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직접 겪은 사람들은 금세 안다. 민주당 김효석 의원을 교육부총리로 기용하려던 노 대통령의 시도가 즉각 합당 논란으로 번진 것이 바로 그 때문이다. 대통령이 낙점한 인선, 그가 직접 나선 설득, 그래서 또 직접 나서야 했던 해명 과정이 모두 사안의 휘발성을 말하는 반증들이다. 노 대통령이 김 의원 인선에 대해 "정치적 고려가 있었다"고 밝힌 것은 그 인사의 정치적 측면을 솔직히8? 인정한 것이다. 솔직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지금 정치구도는 김 의원의 부총리 기용이 합당 논란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할 만한 상황이다. 단적으로 말해 4월 재보선 이후 여당이 과반 의석을 보유할 가능성은 어둡다. 비단 합당이 아니라도 의석의 협력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은 민주당을 대상으로 강구하기가 가장 쉬워 보인다. 따라서 합당논란은 오해가 아니다. 또 억울해 할 필요도 없다.

노 대통령은 자신이 "정치공작을 싫어하는 대통령"이라고 말했지만, 이 시대에 공작이란 게 따로 있겠는가. 대통령이 알면서 개입한 정치공학적 행위가 적지 않은 효과, ?%? 것도 기존 질서에 파괴력을 갖는 결정이었으면 ‘과거의 용어’로 공작 여부를 따지는 것은 이미 의미가 없다. 만일 김 의원의 교육 부총리 인선이 성사됐을 때 벌어졌을 정치판도의 변화를 상상해 보면 뻔한 얘기다.

야당에서 사람을 구하려 했던 시도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다. 소위 실용주의적 인식이다. 그러나 실용적 인사라는 의미는 여기서 그치고 만다는 데 파동의 문제가 있다. 한나라당 쪽으로까지 외연을 넓혀 살펴본 흔적이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초당적 인재찾기가 됐을 법도 하다. 그렇지 않았던 것은 정치 실리와 파생소득이 확실한 쪽으로 민주당을 찍었F었기 때문일 것이다.

김 의원 파동은 실용주의가 멋대로의 편의주의로 전락하기 십상이라는 하나의 사례를 기록했다.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민주당을 결별할 때 주장했던 것은 개혁을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비난이었다. 지난 총선 때는 "민주당 찍으면 한나라당 도와주는 것"이라는 등의 대통령 발언이 선관위의 경고와 탄핵으로까지 이어졌었다.

그런데도 %엊그제 청와대 브리핑은 "대통령이 연정을 할 생각이 있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정치행위"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 정권이 월등한 정치수단을 가졌다고 해서 이를 마음껏 구사하는 것은 단순한 권리의 행사가 아니다. 그것은 정치가 아니다. 3당 통합을 굳이 공산당에 빗대 나쁘다고 했던 것이 바로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미수에 그친 실용이 아쉽겠지만 그것은 에러였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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