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은 전혀 알 길 없겠지만, 지난 1월16일 설악산엔 폭설이 내렸다. 물론 대관령에도 긴 띠처럼 이어져 내렸다. 그리고 1월25일 다시 설악산과 대관령에 큰 눈이 내렸다. 한밤중까지 펑펑 쏟아져 내렸다.
이것을 경기도 일산에 사는 내가 어떻게 아느냐고? 먼저 내린 눈은 속초에 사는 친구가 전화를 해주었다. 지금 눈을 보러 내려오라고. 다음날 자신이 찍은 눈 사진도 여러 장 메일로 보내주었다.
그리고 25일의 눈은 대관령 아래 할아버지 댁에 가 있는 아이가 중계방?6송하듯 틈틈이 전화를 해주었다. 아이는 불 꺼진 밤에 보니 눈이 하얗지 않고 파랗다고 말했다. 그것은 눈도 자기 모습의 깊이를 가져서인 것을 아이는 아직 모른다. 눈에도 깊이가 있어서라고 말하면 아이는 발목이 빠지고 무릎이 빠지는 깊이만 생각한다.
무엇을 기리고 경배하며 한없이 기쁜 마음으로 그것을 영접하고 심정적으로 귀의하는 것이 종교라면 나는 그 속에서 태어나 그 속에서 자란 눈의 신도가 틀림없다. 그런데 이 겨울, 서울지역엔 너무 눈이 없다. 나는 이미 두 달 전 눈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내 자동차에 체인부착장치까지 달아놓았는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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