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율곡 원효 지눌 등 우리 전통철학을 대표하는 사상가들의 고전을 원 내용 그대로 발췌해 영문으로 옮긴 ‘한국철학 원전자료집’(A Sourcebook in Korean Philosophy)이 나온다. 서구 문물이 국내에, 우리 문화가 해외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지 100년이 훨씬 넘었지만 우리 전통사상의 정수를 담은 이런 자료집이 간행되기는 처음이다. 영문으로 서구에 소개된 한국철학서들이 있지만 다 해야 수십 종에 불과한데다 그마저 대부분 논문 등 2차 자료 위주여서, 이번 출간은 한국 전통사상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중요한 계?%8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장원석 연구원은 "성균관대 유학동양학부와 동아시아학술원, 하와이대 철학과와 한국학연구소 공동으로 6~8일 하와이대 한국학연구소에서 제1차 ‘한국철학 원전자료집 워크숍’을 열었다"고 27일 밝혔다. 지난해 5월 성균관대와 하와이대의 국제교류협정에 따라 열린 이 워크숍에서는 한국철학 원전자료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번역할 것인가를 집중 토론했다.
한국철학 원전자료집은 향후 한국문화를 가르치려는 미국 등 영어권의 고등교육기관에서 교과서로 채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특히 중요하다. 장 연구원은 %"서구인들이 아시아 국가 중 중국 일본 인도에 큰 관심을 갖는 것과 그 나라 철학 문헌들이 일찍 영역되었다는 것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철학의 경우 중국계 미국철학자 천룽제(陳榮捷)가 1961년에 프린스턴대출판부에서 낸 ‘A Sourcebook in Chinese Philosophy’가 있고, 인도의 대표적인 철학자 라다크리슈난은 이보다 앞서 57년에 인도철학의 원전을 모은 ‘A Sourcebook in Indian Philosophy’를 역시 프린스턴대출판부에서 냈다.
국내외 중견학자들과 장 연구원, 하와이대 박사과정 학생들이 주축이 될 원전 번역은 올해 5월 서경덕 홍대용 최한기의 저술 번역을 시작으로 모두 3년에 걸쳐 진행된다. 자료1집에는 단군신화 삼국유사부터 구한말 신채호 박은식 선생의 글까지 우리 전통사상 전반이 담긴다. 장 연구원은 "2008년 서울서 열릴 세계철학자대회 전까지는 완성할 예정"이라며 "최대 300쪽 분량에 개념설명까지 충실히 붙여 우리 사상의 원형을 보여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와이대출판부에서 나올 이 책으로 원전자료집 간행사업이 끝나는 건 아니다. 번역진은 중국이나 인도의 원전자료집이 600쪽 안팎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해 이후 자료를 추가, 최종으로 500~600쪽 분량의 자료집 내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완결본은 영국의 이름난 학술출판사 ‘블랙웰’과 출간 협의를 진1幣? 중이다. 장 연구원은 "원전자료집 간행은 우리문화의 초석을 세계에 알리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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