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오랜 친구와 어울려서 저녁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그 친구가 불쑥 "조용히 내 시간을 갖고 싶다"면서 "할 수만 있다면 산속에서 가서 1년 쯤 혼자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평소의 행동으로는 전혀 예상 밖이라 반사적으로 "무슨 생각이 들어서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이제부턴 내 시간을 넉넉하게 보내고 싶다"고 대답했다.
이제껏 살아온 인생을 뒤돌아보니 스스로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너무 없었고 무언가에 늘 바삐 쫓기며 살아온 삶응? 마땅치 않다고 했다. 앞으로 살아갈 남은 인생행로의 큰 틀을 깊이 생각해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지난 해부터 좋아하던 담배도 끊었다고 했다.
그 친구는 젊어서부터 사업으로 자수성가한 사람이었다. 사업을 몇 번이나 크게 실패해 엄청난 어려움을 겪었으나 그때마다 오뚜기처럼 일어서 지금은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인생에도 운동경기의 하프타임과 같은 시기가 있다. 바삐 움직였던 전반전을 마치고 휴식하면서 나머지 후반전을 어떻게 운영하여 경기를 잘 마칠 것인가가 하프타임에서 주관심의 대상이다.
인생에서도 하프타임이 필요하다. 지금까E지 달려온 인생 길에서 정신적인 만족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고 뭔가 허전하면 ‘내가 이렇게 사는 것이 과연 올바른 길인가’ ‘이것이 내가 바라는 최상의 삶인가’ ‘달리 살아가는 방법을 없을까’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의 모습은 무엇인가’ 등의 생각을 하게 된다.
친구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정신 없이 달려오다 보니 물질적으로 어느 정도 갖추게 됐으나 정신적으로는 허전한 것이다. 많이 남아있는 앞 날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의 모델이 필요한 것이다. 지나치게 일에만 매달려 균형을 잃었던 시기를 접고 이제는 균형 잡힌 삶의 모습을 찾아가야 하였? 것이다. 그러려면 깊은 자기탐구의 시간이 필요하리라.
그 친구처럼 1년은 어렵더라도 단 열흘이라도 조용한 곳에서 나를 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정동기·서울 도봉구 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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