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와 동아시아연구원이 전문여론조사기관인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한 ‘정치사회의식 여론조사’는 지난 연말(2004년 11월29일~12월11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면접조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 주요쟁점에 대한 의식변화
◆ 국가보안법
국가보안법 개폐는 세대, 이념간 갈등이 가장 첨예한 핵심 쟁점이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44%가 ‘인권침해 소지가 없는 새로운 법으로 대체’를, 18%는 ‘북한 태도를 봐가며 부분적 개정’?纛揚?보였다.
이는 2002년, 2003년 조사에 비해 ‘대체입법’에 대한 지즐側?상승하고 부분개정에 대한 지지는 급감한 것이다. ‘그대로 유지’는 21%, ‘즉각 철폐’는 15%로 2002년에 비해 각각 8, 9%포인트 높아졌다.
이런 변화는 이 문제가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되고 특히 이철우 의원 파동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세대별로는 20, 30, 40대가 유사한 패턴을 보여주었다. 즉각 철폐에 대해 15~17%, 대체입법에 대해선 43~49%가 지지했고 부분개정에 대해서는 18~21%가 지지한 반면, 존치는 14~18%만이 지지했다. 50대 이상은 30%이상이 존치를 지지, 두드러지게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이념성향별%B로%E는 진보층의 23%가 즉각 철폐, 43%가 대체입법을 지지한 반면 부분개정은 17%%, 존치는 15%만이 지지했다. 반면 보수층은 12%만 즉각 철폐, 40%가 대체입법을 지지하는 등 명확한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각 이념집단 모두에서 대체법안 응답층이 두터워진 점은 주목할만한 변화로 해법 모색에 단초가 될 것으로 개대된다.
◆ 호주제
호주제 ‘완전 폐지’ 입장은 22%, ‘대폭 수정’은 24%, ‘일부 개선’은 32%, ‘현행 유지’는 22%로 찬반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다.
그러나 2002, 2003년엔 폐지, 대폭개정의 개혁입장이 각 30, 32%로 큰 변화가 없었다가 2004년 12월에 47%로 급증한 것은 눈 여겨 %B볼 만하다.
흥미로운 것은 호주제 폐지로 대표되는 여성문제도 정치적 ? 이념적 갈등으로 표현되는 추세라는 점이다.
열린우리당 지지자의 53%, 민주노동당 지지자의 46%가 호주제 개혁에 찬성하는 반면, 한나라당 지지자는 35%만이 지지했다.
지난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 지지자의 34%가 폐지/개정에 동조하나, 노무현 후보 지지자는 55%가 찬성했다.
또 진보층의 58%가 폐지/개정 입장인 반면 보수층의 62%가 유지/개선을 선호하는 등 양극화 현상이 뚜렷했다.
이는 2003년 한국일보 여론조사에서 여성문제가 한국사회의 이념적 균열을 보여주는 주요 축으로 자리잡기 ?%쳄徘浬다??분석결과가 타당함을 보여주는 것이자, 여성의 권익과 기회보장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여성계 입장이 보편성을 얻어가고 있음을 나타내는 결과다.
◆ 공공부문 파업
정치적 쟁점화 및 여론지지 확산에 성공한 여성계의 ‘호주제’ 문제와는 달리 대중교통, 전기 등 공공부문 파업에 대한 여론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시민생활에 피해를 주므로 파업불가’는 47%, ‘되도록 자제해야’가 26%로 부정적 인식이 압도적인 반면, ‘다른 산업 종사자와 같이 파업 가능’은 7%, ‘어느 정도 할 수 있다’는 20%에 불과했다. 특히 2002년 34%에 불과했던 파업불2가 의럭像?2003년 42%, 2004년 47%로 급증한 것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잦아진 공공부문 파업에 따라 부정적 인식이 확대된 것으로 해석된다.
간과하지 말아야할 것은 이 같은 부정적 인식에 불투명한 한국경제 및 개개인의 경제상태 전망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경제전망에 낙관적일 수록 파업에 관대한 반면, 비관적일수록 부정적인 경향이 그 것이다. 결론적으로 대다수6 국민?0?공공부문 파업을 ‘파업권’이라는 보편적 권리의 행사라기 보다는, ?0豁?경제에 대한 고려가 없는 이기적 이익 추구로 보고 있다. 이는 각 집단의 권익실현도 국민적 지지에 근거해야 한다는 중요한 시사점을 주는 것이다.
정한울 (EAI 외교안보센터 부소장)
■ 한국사회 이념 성향의 변화
2002년 5월 이후 정기적으로 진행해온 정치사회의식 여론조사결과를 시간별로 비교, 분석하면 노무현 정부 이후 우리 사회가 급격한 이념적 변화를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아시아연구원은 2002년 5월과 2003년 5월 여론조사(본보 2002년 6월8일, 2003년6월 9일자)를 통해 한국사회 이%C념은 죙囹?‘대북문제’와 ‘기본적 인권’에 대한 인식을 축으로 분화하고 있떪募?분석을 제기했다. 성장/분배 등의 계급적, 경제적 이슈에 대해서는 ‘복지중시’라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2002년 대선을 전후로 한국사회에 형성됐던 복지확대에 대한 합의가 급격히 약화하고 대신 성장을 우선시 하는 경향이 강화하고 있음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2002년에는 ‘복지우선’ 입장의 응답자가 73%나 됐고, ‘성장우선’은 27%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 2004년 12월 조사에서는 복지우선논리가 47%로 급감한 반면, 성장중시 태도가 52%로 크게 ?%1貂′??D?
그러나 보다 더 주목할 것은 2003년 이후 성장/복지 문제에 대한 선호가 ?0犬嶽?균열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2002년 성장/복지 문항에 대한 이념적 진보, 중도, 보수성향별 각 집단들의 응답 평균치(1은 복지우선, 4는 성장우선, 2.5는 중도)는 집단 간 다소 차이는 있어도 전체적으로 2.5 아래의 복지우선 쪽에 치우쳐 있었다. 그러나 2003년에는 보수 응답자들이 성장우선 경향으로 옮아가고 진보, 중도는 여전히 분배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2004년 12월 조사에서는 이 같은 성장 방향으로의 이동현상이 더욱 가속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보층만이 여전히 2.45로 분배 중시 %B경향을 %B보였을 뿐 중도층은 2.52의 중간 입장으로 옮아갔다. 더욱이 보수층은 2.66으로 %C확연하게 성장우선 입장이 강화한 경향을 나타냈다. 이는 성장/분배 문제가 본격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이념적 균열로 표현된다는 해석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경제의 불투명한 전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5년 후 당신의 경제상태에 대한 예상’ 질문에 대해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은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2002년 조사 때는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자가 64%였으나 지난 연말에는 43%로 격D감했다. 반대로 악화할 것이라는 응답은 같은 기간 5%에서 29%로 급증했다.
결국 지속3되고 있는 경제침체 및 한국경제의 불투명한 전망으로 인해 분배우선의 사회적 합의 대신 성장우선의 논리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으며, 이를 둘러싼 갈등이 기존의 이념갈등 요인들과 복합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려할 만한 것은 경제가 악화할 수록 사회적, 이념적 갈등이 심화하리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념적 갈등을 해소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서도 정부가 경제회복과 경기활성화에 힘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내영(EAI 정치사회여론조?
조사대상자 표본은 인구비례에 따른 할당 샘플링 방법으로 추출했으며 결과는 95% 신뢰구간에서 표본오차는 ±3.1% 수준이다.
■ 노무현정부 지지도
2003년 5월 조사 때 58%였던 노무현 정부 지지율이 2004년 12월 조사에서는 29%로 급감했다. 불과 19개월여 동안 지지층의 절반을 잃은 것이다. 그 동안 구체적으로 어느 집단이 얼마만큼 이탈했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분석하는2 것은 현 정부의 국정운영전략 차원에서 뿐 아니라 차기정권의 향방을 가늠해보는 데도 중요하다.
우선 현 정부 여당에 비판적인 집단에선 예상대로 큰 폭의 지지철회 현상이 나타났다. 이념적 보수층의 지지율은 2003년 57%에서 지난 연말 21%로 지지율 감소가 무려 63%에 달했다. 세대별로 20대(46%), 30대(50%)는 평균치 정도의 이탈률을 보인 반면, 40대 57%, 50대 52%, 60대 이상은 57%의 높은 이탈률을 나타냈다. 여기서 50대 이상에서의 지지 철회는 예견된 것이나 40대의 높은 이탈경향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40대는 20, 30대와 50대 이상 간 세대 갈등을 완충하고 일종의 세력 균형추 역할을 해왔?%D?. 40대는 또 각계각층의 허리로서 경제사회조직을 주도한다.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의 승리는 세대 대결 양상에서 40대의 선택이 주요변수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의 지지가 급격히 줄고 있음은 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지역별로는 서울과 호남의 이탈율이 각 38%, 31%로 타 지역보다 낮아 여전히 현 정부의 지역적 지지기반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반면 지지이탈이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충청, 영남권이다. 대구·경북은 그렇다 쳐도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일등공신이었던 충청권 지지율이 13%로 촨例舅㎏? 기록한 점은 충격적이다. 이는 행정수도이전 위헌결정과 관련,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실망 때문으로 보인다. 부산·경남의 지지 이탈도 두드러졌다. 이 곳은 2003년 당시 호남 다음으로 현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높았으나 그 동안 67%나 지지를 철회했다.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의 승리는 수도권과 호남, 젊은 세대, 진보층이라는 전통적 지지연합을 충청과 영남, 40대까지 확대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충청, 영남, 40대에서 심각한 이반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전통적 지지층과 반대층의 매개영역이 약화된 조건은 현 정부의 정국반전 구상이 %여의치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정원칠(EAI 여론조사센터 부소장)
정한울(EAI 외교안보센터 부소장)
■ 대북·외교정책 / "美와 동맹강화·우호유지" 77%
이번 조사는 대북지원, 통일, 대미관계 등과 같은 주요 외교정책 현안에 대해 국민 대다수가 급격한 변화보다는 신중함을 선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북지원에 대해 ‘북한의 변화를 이끌지 못하므로 전면 중단해야’는 18%, ‘현재보다 감축해서 인도적 지원에 한정’은 47%로 전체적으로 65%가 대북지원정책의 수정을 원하고 있다. 통일에 대해서는 ‘여건을 봐 가며 속도 조절’ 52%, ‘사회/경제적 희생이 크다면 서둘 필요 없다’가 26%로 무려 78%의 국민이 신중 접근을 바라고 있다. 대미관계에 대해서는 ‘동맹관계 강화’(15%)나 ‘우호관계 유지’(62%)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런 인식은 현재 대북, 대미, 통일정책의 근본적 수정을 도모하는 추세와는 상당한 괴리를 보여주는 것이다.
신중한 정책 선호도는 2003년과 별 차이가 없으나 몇몇 흥미로운 변화는 감지된다. 첫째, 어려운 경제사정에도 대북지원에 대해 ‘현행 수준 유지’‘지원 확대’ 의견이 28%에서 34%로 증가한 점이다. 둘째, 미국과의 동맹 강화 입장이 주는 대신 그 만큼 우호관계 유지 입장이 증가했다. 국민들이 한국絹옇? 약화를 어느 정도 불가피하게 받아들이면서도 현실적인 인식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셋째, ‘희생이 뒤따르더라도 통일은 꼭 해야’ 견해가 계속 감소하는 점으로, 통일비용에 대한 현실적 인식 등으로 인해 감상적 통일론이 퇴조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두드러진 특징은 충청권 주민이 가장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점이다. 충청권 주민 55%가 대북지원 전면 중단,, 54%가 통일에 대해부정적 견해를 보였는데, 이는 수도이전 무산에 대한 상실감, 정부시책 전반에 대한 불만, 통일과 수도이전의 상충관계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념, 지지 정당, 지역 등이 여전히 대외정책 선호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진보, 민노당 지지, 호남 등은 대북, 대미, 통일 등의 정책에 전향적인 변화를 원하나 보수, 한나라당 지지, 영남은 현상유지 내지 변화 반대 입장과 연관돼 있다.
이와 관련,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지지자들 사이에 근본 입장 차이가 없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국민 대다수가 국제적 환경을 %현실적으로 인식하고 신중한 정책을 원하고 있음을 정치권은 염두에 둬야 한다.
최영종(가톨릭대 국제관계학과)
■ 여론조사 총론
진보, 보수화의 각기 다른 길을 가는 국민의식구조는 참여정부가 안정된 권력기반을 구축하는 데 상당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대표적 이념지표인 국가보안법과 경제성장/분배 입장을 통합 분석해 보면, 2002년 5월만 해도 서로 절충 가능한 정책노선을 견지하는 다수 국민이 있었다. Y축에선 복지(분배)중시의 입장을 취하고 X축에선 국보법 대체입법과 부분개정 사이를 오가는 58.6% 국민이 이에 속한다.
그러나 이들 절충가능 견해집닌塤騈? 2003년 5월 47.2%로, 2004년 12월엔 29.3%로 축소되고 대신 복지예산 동결·축소론이 확대됐다. 더욱이 2004년 조사에서는 새로 수평적 확산까지 가세했다. X축 우측으로는 국가보안법 유지론(21.6%)이, 좌측으로는 국가보안법 폐지론(15.3%)이 강력한 소수의견으로 대두된 것이다. X축 양극단에 자리하는 국민이 이처럼 많았던 적은 없었다. 국가보안법 유지, 폐지 입장은 2002년 조사 때 각 13.0, 7.7%였고 2003년에는 12.8, 6.4%에 불과했던 것이다. 국민의식이 양극단으로 분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수의 지지를 확보하는 정책은 어렵다.
동시에 참여정부의 정치적 선택도 국민여론변화에 대改? 적응능력을 떨어뜨렸다. 2002년 조사는 노무현 대통령이 진보층과 함께 보수층 일부까지도 지지기반 내로 끌어들이는 광범한 이념적 흡인력을 보유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좌측 하단인 (1,1)에서 멀어질수록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 노 후보는 진보진영의 대표주자였다. 그러나 한국정치의 다수(51.7%)를 이루는 중도 보수와 중도진보진영[(2,2), (2,3), (3,2), (3,3)]에서 노 후보가 29.8~40.4%의 지지율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대선승자가 될 수 없었다. 진보를 텃밭으로 삼으면서도 중도보수와 중도진보로 지지기반을 확대하는 선거전략 덕분이었다.
참여정부 출범 100일F 여론조사에선 경기침체 여파로 성장우선(42.5%)이 2002년 5월보다 14.5%나 증가했다. 그래도 노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2003년 5월에는 노 대통령이 성장우선 진영으로 지지층을 넓혀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동결·축소를 주장하는 성장우선 진영에서 노 대통령의 지지자는 2002년 5월에는 13.8~36.2% 수준이었지만 2003년 5월에는 40.5~66.7%로 치솟았다. 갓 출범한 참여정부에게 경기침체의 책임을 돌리지 않고 오히려 변화의 기대를 건 때문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지난해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국보법 논쟁이 가열되면서 여론은 격변한다. 2003년과 달리 노 대통령의 2004년 지지기2반은 진보로 축소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성장우선 진영에서 노 대통령 지지율은 8.6~35.1%로 급락했다. 그렇다고 복지우선 진영 내의 지지기반을 지키는데 성공하지도 못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40% 이상인 경우는 복지우선 진영의 8개 집단 가운데에서도 좌측 모서리를 구성하는 3개 집단[(1, 1), (1, 2), (2, 1)]뿐이다. 그러나 이들 집단은 한국사회의 소수로서 전체에서 차지1置求? 비율이 16%를 넘어본 적이 없다.
결국 이념적 정체성이 뚜렷한 소수를 지지기반으로 지키려다 다수의 이탈을 불러들인 것이 지난해 참여정부의 정책이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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