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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으로 세상읽기/ 국사 백운교 속 피타고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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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으로 세상읽기/ 국사 백운교 속 피타고라스

입력
2005.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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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 대웅전을 향하는 자하문으로 올라가는 33개의 계단은 2단으로 돼 있다. 아래를 청운교, 위를 백운교라고 한다. 지상에서 불국토로 인도한다는 뜻의 청운교와 백운교는 불국사의 대표적인 상징 가운데 하나이다.

백운교를 옆에서 보면 직각삼각형 모양이다. 백운교의 높이와 폭과 계단의 길이를 간단한 비로 나타내면 약 3 : 4 : 5가 된다. 피타고라스 정리에 따르면, 직각삼각형에서 직각을 낀 두 변을 a와 b, 빗변을 c라 할 때 a²+b²=c²이다. 백운교의 비 3 : 4 : 5에서도 3²+4²=5²인 관계가 성립한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동양에서는 ‘구고현의 정리’라고 한다. 구(勾)는 넓적다리, 고(股)는 정강이를 뜻한다. 또 넓적다리와 정강이를 직각으로 했을 때 엉덩이 아래 부분에서 발뒤꿈치까지가 현(弦)이다. 직각삼각형에서는 밑변이 ‘구’, 높이가 ‘고’, 빗변이 ‘현’이 된다. 중국의 수학책 ‘주비산경’은 서양보다 500년이나 앞서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한 장의 그림으로 증명했는데, 피타고라스 정리에 대한 수많은 증명 중 가장 간결하고 우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양 3국의 건축양식은 지리적 조건과 밀접히 관련돼 있다?%E? 한다. 광활한 대륙에 세워진 중국의 건축은 장대하여 웅장한 느낌을 주고, 섬나라인 일본의 건축은 날카로운 실루엣을 가졌다. 반면 반도국인 한국의 건축은 단아하면서도 소박한 중용의 미를 지니고 있다. 이런 우리나라 건축의 특징을 잘 나타내주는 것이 전통 지붕에서 찾아볼 수 있는 용마루선이다. 지붕의 용마루 양끝이 들리고 중앙이 휘어져 유연한 곡선을 이루는데, 이를 현수선이라고 한다. 현수선은 굵기와 무게가 균일한 줄의 양끝을 같은 높이에서 잡고 가운데를 늘어뜨릴 때 생기는 자연스러운 곡선으로, 수학적으로는 로 표현할 수 있다.

미국 메릴랜드 과학?%E茱行씽沽? 있는 피보나치 호수의 하이라이트는 중앙의 피보나치 분수다. 수학자 퍼거슨(Helaman Ferguson)이 디자인한 18피트 높이의 이 분수는 45톤의 대리석으로 돼 있으며, 36피트 높이까지 물을 뿜어낸다.

피보나치 분수라는 이름은 피보나치 수열에서 유래했다. 피보나치 수열은 1, 1, 2, 3, 5, 8, 13, 21, 34…와 같이 처음 두 수를 1로 놓고 앞의 두 수를 더해 그 다음 수를 만들어 배열한 것이다. 피보나치 수열의 신기한 성질 중 하나는 인접한 두 수의 비를 구해 나가면 황금비에 수렴한다는 사실이다. 황금비는 약 1.618이며, 정확한 값은 이다.

피보나치 분수에서 물이 나오는 대리석의 실루엣은 %C함수 의 그래프 모양을 따른 것이다. 피보나치 분수라는 명칭은 피보나치 수열과 관련된 이 함수의 그래프 모양을 따라 분수를 디자인한 데서 유래했다.

함수 의 그래프는 x=0을 경계로 두 부분으로 나뉜다. x가 무한히 커지거나 작아지면 y는 1에 가까워진다. 또 x가 양수이면서 0에 가까워지면 y는 무한히 커지고, x가 음수이면서 0에 가까워지면 y는 0에 가까워진다.

불국사의 백운교에서 찾아볼 수 있는 구고현의 정리, 용마루선이 보여주는 현수선, 그래프의 모양을 따른 피보나치 분수를 보면, 수학은 건축이나 조형물의 디자인에도 영감을 제공하는 아이디어의 보고(寶庫)인 셈이다.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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