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300만 관객을 동원한 ‘공공의 적’은 완성도면에서 감독 강우석(45)의 최고 영화라 할만하다. 의뭉스럽지만 미워할 수 없는 강철중이라는 인물이 온갖 장애를 돌파하며 ‘공공의 적’을 제압해나가는 과정은 사회정의에 목마른 관객들에게 통쾌한 청량감을 맛보게 했다. 그렇다면 3년 만에 다시 찾아온 2편은?
◆ 1편과 같으면서도 다르다 =‘공공의 적2’는 속편답게 1편과 유사한 얼개를 지니고 있다. 물불 가리지 않는 주인공과 세상에 무서울 것 없는 악의 화신이 정면으로 충돌해 빚어내는 긴장이 극을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변화가 없다.
강력계 말단 형사에서 검사로 ‘신분상승’을 한 강철중(설경구)은 여전히 고집불통에 거친 성격의 소유자. 조직폭력배라는 악을 제거하기 위해 총기 사용도 불사하고, 검사를 그만두는 한이 있더라도 불의를 용서하지 못한다. 그에 맞서는 새로운 ‘공공의 적’ 한상우(정준호)는 1편의 패륜범 규환(이성재)보다 더 악랄하다. 재단 돈을 해외로 빼돌려 국민경제를 좀먹고, 학교를 빈 껍데기로 만들어 백년대계에 지장을 준다. 나아가 뇌물로 정치권을 혼탁하게 하니 이보다 더 암적일 수는 없다.
강철중은 1편과 마찬가지로 ‘공공의 적’과 불리한 싸움을 한다. 정계 인사와 친교를 쌓은 상우는 외압을 동원해 강철중의 수사를 방해한다. 보기 좋게 얻어맞고 강철중을 좌천시키는 것도 1편과 동일하다.
◆ 너무 착해진 강철중? = 그러나 2편은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1편을 뛰어넘지 못한다. 강철중이 너무 착해졌고, ‘공공의 적’은 실체가 확연히 드러나는 악이기 때문이다. 마약을 숨기고, 실적을 쌓기 위해 사건을 조작하던 1편의 강철중은 분명 ‘문제적 경찰’이다. 그럼에도 최소한의 정의를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지는 모습이 흡입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역설적으로 그가 떳떳한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충 빗어 넘긴 머리에 볼록 튀어 나온 배처럼, 그의 비위는 관객들에게 인간적으로 다가섰다.
하지만 검사 강철중은 돈 많은 장인을 둔 후배 검사에게 밥을 얻어 먹는 정도가 흠이라면 흠일 뿐, 정의사회구현에 몸바치기 위해 결혼을 하지 않을 정도로 지나치게 청렴하다. 부하직원에 대한 사랑이 넘치고, 항상 정장차림을 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관객들이 감정을 이입할 틈을 주지 않는다.
상우가 1편의 규환에 비해 관객 장악력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 성공한 펀드매니저로 화목한 가정의 가장인 규환이 태연히 부모%0를 살해하는 모습은 그의 성장과정과 정신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상우는 비열한 웃음만으로 악의 모습을 드러낼 만큼 평면적이다. 여기에 더해 1편에서는 범법자 출신의 끄나풀들이 잔재미를 선사했던 데 비해, 2편은 제도권에 속한 강철중의 부하 직원들이 경직된 웃음으로 극적 재미를 반감시킨다.
◆ 그래도 카타르시스는 계속된다 = 1편의 ‘센 맛’에 비해 밍밍하지만, 2편은 톡 쏘는 맛을 다분히 지니고 있다. 속사포처럼 자신의 주장을 늘어놓는 강철중의 대사는 시종 귀를 즐겁게 한다. 때로는 우리사회 아픈 구석을 통렬히 비판하기도 하고D, 재기 넘치는 단어들로 폭소를 이끌어낸다. 우직함으로 철옹성 같았던 악을 무너뜨리는 강철중의 모습은 관객들 마음을 후련하게 해준다. 27일 개봉. 15세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공공의 적’과 ‘공공의 적2’의 같은 점과 다른 점
◆ 같은 점-강철중이라는 이름, 좌충우돌의 성격. 잔소리가 많지만 든든한 상관이 있다. 강철중이 좌천된다. 수사에 대한 외압. 일F말의 양심조차 없는 범인. 강철중과 범인의 결투.
◆ 다른 점- 강철중이 경찰에서 검사로 지위가 바뀌었다. 강철중이 한없이 청렴하다. 범법자 출신 끄나풀 대신 정식 수사관들이 강철중을 돕는다.%0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