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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증 아들 엄마役 김미숙/"어떤 자식도 엄마에겐 보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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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증 아들 엄마役 김미숙/"어떤 자식도 엄마에겐 보물이죠"

입력
2005.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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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 더욱 아름다운 사람이 있다. 김미숙(45)이 그렇다. 젊음의 생생함은 빛이 바랬을 지 몰라도, 시간은 강인하고 단단한, 다른 느낌의 아름다움을 그녀에게 선물한 듯 하다. "너어~무 젊은데 벌써 나이 먹은 역 한다고, 너무 큰 애 엄마 한다고 얘기하시더라구요. 저야 그런 말이 고맙죠." 부드러운 웃음이 뒤따른다.

최근까지 드라마 ‘토지’(SBS)에서 노년의 윤씨부인을 연기했던 그녀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말아톤’(감독 정윤철)에서 자폐증을 앓는 아들을 독%하게 가르쳐, 마라톤 완주로 이끄는 초원이(조승우) 엄마를 연기했다. 그간 ‘모성’이 강한 여성 역은 그녀를 비켜 서 있었다. 중년에 들어섰어도, 그녀는 늘 사랑에 빠지는 여인이었다. 특히 그 대상은 연하의 남성인 경우가 많았다.

"아들, 딸 결혼에 반대하는 역할이 고작인 평범한 엄마였다면 저도 하지 않았을 거에요." 데뷔 초 출연한 이두용 감독의 ‘우산 속의 세 여자’ 이후 영화 주인공은 처음이다. 다섯 살 지능을 지닌 스무 살 초원이의 천진난만함은 관객을 끊임 없이 웃게 한다. 그런데, 카메라가 엄마 김미숙만 향하면 코 끝은 짠해진다.

"‘포레스트 검프’를 보면 저능아인 아들을 학교에 입학시키려고 엄마가 교장에게 몸까지 바치잖아요. 이 세상에 엄마가 할 수 없는 일은 없어요." ‘비’를 가르치기 위해 소나기 퍼붓는 집 밖에 내 몰고, 코치 집에 찾아가서는 무릎 꿇고 청소까지 해가며 아들을 부탁하고, "정신 병원에나 보내라"고 막말을 하는 여학생의 뺨을 휘갈길 용기도 있는 이가 초원이의 엄마다.

"남자들 다 엄마 뱃속에서 나왔잖아요. 그래서 별 수 없어요. 위기 앞에 강해지는 건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죠." ‘명언’이라고 손뼉을 쳤더니 "정말 어려울 때 힘을 주는 건 아내이고 어머니잖아요. 그래서 요즘처럼 사는 게 어쓿좆竊値? 억척 엄마, 강한 엄마의 미덕이 강조되나 봐요."

재작년 문을 닫기까지 18년 동안 유치원을 운영하며 수 없이 많은 학부모를 대해 왔다. "요즘 엄마 아빠는 자기들 힘든 건 숨긴 채 아이들한테 무조건 잘 하려고 하더라구요. 엄마 아빠가 얼마나 힘든 지 얘기해 줘야 고마운 마음도 가질 텐데." 늘 "엄마는 나가서 힘들게 일한다"고 강조한 덕인지, 아들 승민이(5)는 "엄마한테 짜증 부리면 안돼. 엄마가 우리한테 잘 해 주시잖아"라고 여동생 승원이(3)를 타이를 정도로 의젓하다.

시사회에서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인 배형진(22)씨의 어머니는 초원이 때문에 무관심?7杉? 둘째 아들이 "엄마는 내 말을 들으려 노력한 적도 없다"며 대드는 장면에서 가장 많은 눈물을 흘렸다. "포기해야 할 게 하나 둘이셨겠어요. 그런데 제 생각은 어머니한테 형진씨가 오히려 선물인 것 같아요. 부족한 형진씨 덕분에 낮아지고 겸손해지고… 그래서 성숙해지셨잖아요. 그렇죠? 모든 엄마에게 자식은 모자라거나 잘나거나 보물인 셈이죠."

최지향기자 misty@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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