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불신이 심각하다. 서울 강남 B고교에서 교사의 답안지 대리작성이 사실로 확인되자 대학과 학부모들이 내신을 못 믿겠다는 것이다. 내신과 수능을 골격으로 한 현행 입시제도 전체가 흔들릴 지경이다. 오죽하면 고교등급제를 시행하는 게 낫겠다는 말이 나오겠는가.
그런 점에서 교육인적자원부가 내달까지 마련키로 한 내신 신뢰제고 종합대책의 내용에 관심이 쏠린다. 공정한 시험관리를 위해 감독교사를 2인으로 늘리거나 학부모를 감독으로 위촉하는 등의 방안은 적극적으로 검토항? 볼 만하다. B고교 오모 교사는 수시로 시험감독을 교체해 학생의 답안지를 조작해 온 게 드러났다. 이렇게 되면 적어도 오 교사 처럼 개별 교사차원에서의 특정학생 봐주기는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내신 부풀리기의 상당 부분은 기출문제 출제와 시험문제 찍어주기 등 학교 전체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최근 서울시교육청 조사결과, 서울 시내 5개 고교 중 한 곳이 30% 이상의 학생에게 ‘수’를 준 사실이 적발됐다. 따라서 학업성적 관리 부실 학교와 관련자에 대해 엄중한 제재를 가하는 등 학교차원의 내신 부풀리기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교사들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내신제도는 교사의 공정한 평가와 성적관리가 요체다. 특히 올해 고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치르는 2008학년도 입시부터는 내신의 비중이 훨씬 높아진다. 교사들이 내신의 알파요 오메가가 되는 것이다. 교총과 전교조 등 교원단체들은 B고교 사건을 계기로 자정운동을 벌이겠다고 약속했다. 교직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교사들이 그 약속을 실행해 줄 것을 바란다. 우리는 그 약속이행을 지켜볼 것이다.
교원들의 윤리의식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 마련 등 교육당국의 관리·감독방안도 제시돼야 한다. 더불어 부적격교사를 걸러 낼 수 있도록 교사평가제를 하루빨리 시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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